사라진 합당명분 끝장난 새정치 사면초가 안철수
정가 "지선 결과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꼭두각시"
'큰 정치인'으로 도약할 발판 마련됐다는 분석도
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6.4지방선거 기초선거 공천을 부활키로 결정하면서 무공천을 새정치의 상징이자 구 민주당과의 합당 전제로 삼았던 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지방선거 후 열리는 7.30 재보궐선거에서는 신주류인 안철수계에 밀려 잠자고 있던 친노(친노무현)계가 부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앞서 안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결정하는 전당원투표·국민여론조사에서 당초 결정된 무공천 결정이 좌초될 경우, 대표직을 내놓으려 할 정도로 결의를 보였었다. 그는 지난 8일 당원과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에서도 “내 원칙과 소신은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며 무공천에 힘을 실어달라는 속뜻을 내보인 바 있다.
물론 “국민과 당원 동지들의 뜻을 물어 결과가 나오면 최종적 결론으로 알고 따르겠다”며 안전판을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무공천 의지’가 워낙 단호했던 만큼 ‘공천 부활’에 따른 타격이 적잖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공천 부활’은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 돼 주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친노에 안 대표 측이 밀렸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지만 꼭두각시가 된 것으로, 꼭두각시는 대표라 볼 수 없다. 자기 뜻도 관철하지 못했다”며 “안 대표는 혹시 (조사에서 무공천이)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도로 (구)정치’가 돼버린 것으로 새정치가 타격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고 평했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하루빨리 당을 선거대책위원회로 전환해 유권자의 관심을 돌려야한다고 했다. 그는 “새정치브랜드를 ‘약속’에서 ‘민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또 경선 관리 및 당무, 기초선거와 관련된 것은 김 대표에게 맡기고, 안 대표는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상임고문 등과 함께 서울과 충남북, 강원을 사수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환 경기대 교수는 안 대표의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는 “안 대표가 지방선거 전후로 정치권을 떠날 수도 있다”며 “자신이 내세웠던 새정치의 명분이 다 사라진 마당에 정치권에 남는 것보다는 아예 정계은퇴를 선택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류가 이어질 경우, 친노가 7월에 전면 복귀할 가능성을 점쳤다. 안 대표의 리더십이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흠집을 입은 것은 물론 6월 지방선거가 끝날 때쯤이면 안 대표가 ‘통합의 수장’으로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평가를 받게 될텐데 그 과정에서 친노가 개입해 당권의 부활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기초선거 무공천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던 핵심에는 친노들이 있었기 때문에 6.4지방선거까지는 내부갈등 없이 갈 것”이라며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경제민주화와 같은 정체성 문제로 안 대표는 홀연히 시련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 또한 “합당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은 7.30재보선에서 실제적으로 친노들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며 안 대표의 ‘약점’이 노출됐다고 평했다.
반면 안 대표가 ‘큰 정치인’으로 도약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황 평론가는 “결국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해 회군하면서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지만, 계속 고집을 피웠다면 뇌사상태로 빠질 뻔했다”며 “거의 사망 일보 직전으로 갈 상황에서 전치 4주가 됐으니 본인에게 얼마나 잘한 일이냐”고 말했다. 그는 “안 대표를 둘러싼 거품들이 빠지고 현실 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또한 “안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크기 위해서는 이러한 상황이 여러 차례 있을 것이라 본다”며 “‘안철수의 위기’로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이 일에 대해 어떤 원리로 당원들을 설득시키고 지도력을 보이느냐에 따라 오히려 위상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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