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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철수 또 철수? 안철수를 위한 변명


입력 2014.04.09 12:16 수정 2014.04.09 17:31        이종근 편집국장

<칼럼>정가와 언론의 음모에 굴하지 말고 묻지마 지지자들을 믿으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7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입법화 촉구 결의대회에서 인사말을 마친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온갖 잡놈들이 다 있다는 국회의사당에서 연일 고생이 많으십니다. 구국의 결심으로 합당까지 해줬는데 합당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지방선거가 임박해서야 그토록 강조해온 ‘기초의원 무공천’이라는 대의를 흔들다니. 어제 여론조사를 통해 기초의원 무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는 안 의원의 얼굴에서 ‘온갖 잡놈’에 대한 회한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안 의원에게서 ‘잡놈’ 발언을 들으니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했을 때 같이 배지를 달게 된 김무성 의원과 이완구 의원, 세분이 함께 식사를 하신 날이 떠오릅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때 재보궐 동기(?)이자 정치계 대선배인 김무성 이완구 의원이 안 의원에게 이런 말씀을 했던 걸로 아는데요.

“사회에서는 훌륭한 분이 국회만 들어오면 이상한 사람으로 변하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를 곧 느끼게 될 것이다.”

이른바 ‘개구리복’ 비유이지요. 사회에서는 멀쩡한 직업을 갖고 있고 온전하게 생활하다가도 예비군복만 입혀놓으면 개판이 된다는...안 의원의 그 발언은 아마 이때 선배의원들의 충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는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시청률을 급등시키며 엄마들에게 아이들의 미래상을 제시했던 안 의원 아니십니까. 권력의 압박과 온갖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안랩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얼마나 가슴 뛰는 레토릭이었던지.

군대 입대하는 날 새벽까지 연구와 개발에 몰두했다는 말씀은 또 어떤지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월화수목금금금’에 버금가는 감동의 쓰나미였습니다. 유흥업소에 가본 적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게 뭐하는 곳인가요?”라고 되묻는 장면은 이날 방송의 백미였습니다.

어디 국회에만 잡놈들이 있겠습니까. 어제만 해도 그래요. 당 대표가 발표했으면 그냥 그런줄 알고 기사 쓰면 되는 것을 수십명이 둘러싸서 이리 저리 질문을 해대는 기자들이란...정계에 입문해서 ‘새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으면 알아서 의미를 부여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수개월동안 집요하게 “그게 뭔데요?”를 되묻는 기자들에게 “소설을 쓴다”고 일침을 놓은 것은 안 의원으로서는 울분을 토해내신 것이겠지요.

한마디하면 일사불란하게 알아서 일을 해대는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비효율적입니까. 아니 아니지요. 이건 언론의 음모입니다. 안 의원같은 거물급 정치인을 취재시키려면 10년차 이상 고참 기자들을 붙여서 한마디 하면 열마디를 쓰게 했어야하는건데 고작 3, 4년차 기자들을 따라붙게 만들다니요.

서울시장과 대통령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을 두고 ‘철수’했다고 욕을 해대는 ‘잡놈’들은 어떻구요. 권력을 향한 의지가 충만한 사람만이 권력을 향한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텐데도 이름 갖고 장난질을 해대다니.

한때 멘토였던 분들이 뒤에서 비판을 해대는 것은 어떻구요. 멘티는 생각도 안하는데 딴 사람들이 왜 그분들을 멘토라 부르나요. 멘토만이 아니라 지근에서 음으로 양으로 돕던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씩 남기고 떠나가는데 다 가라 하세요. 이순신 장군의 배 12척처럼 안 의원에겐 송호창 의원과 금태섭 변호사가 있지 않습니까.

언론들의 ‘간철수’ 비판을 참아내고 어리석은 기자들을 위해 간단명료하게 ‘새정치는 무공천이다‘라고 일거에 정리한 것은 안 의원의 정치적 순발력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지요. 3대 미스터리였다는 새정치 개념정리 확실히 해주고 민주당과의 합당 명분 세우고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과의 차별화 전략 삼고 그야말로 일석삼조였습니다.

여론조사로 무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복안도 절묘한 신의 한 수였습니다. 국민과 당원 뜻에 따르겠다. 공천으로 결정돼도 말을 바꿨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고 정말 잘하면 무공천으로 결정날 수도 있고 이것도 일거양득이네요.

앞서 재보궐 동기 의원들의 회동에서 김무성 의원이 안 의원에게 이런 충언을 했다지요.

“성공하길 바란다. 빠른 승부를 보려고 하지 마라.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반드시 책임 묻는다. 과거에도 보면 너무 서두르다 다 갔다."

뭐 선배들의 충언이 대수이겠습니까. 멘토들 말도 안들었는데. 안 의원이 무엇을 하건 “우리 완소(완전 소중) 안철수”를 연호하며 묻지마 지지를 하는 지지자들을 믿으세요. 언론들의 비판도 이젠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렇게 쓰는 기자들은 안 의원의 바람대로 연말에 대거 신춘문예에 등단할 겁니다. 지금까지의 안철수 스타일대로 흔들리지 말고 가시길 기원합니다.

아참 그리고 어제부로 ‘잡놈’ 대열에 합류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이종근 기자 (myjocke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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