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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LG 김종규 ‘노예의 숙명’


입력 2014.04.08 11:00 수정 2014.04.08 11:0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챔프전 들어 급격한 체력저하..LG 리바운드 열세

숨 돌릴 틈 없는 1년 강행군, 마지막 투혼 발휘할 때

김종규는 챔프전 들어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 창원 LG

창단 첫 프로농구 통합우승을 노리는 창원 LG의 키 플레이어는 신인 김종규(23)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김종규는 “KBL(한국프로농구)를 뒤집어보겠다”는 당돌한 포부를 내세우며 프로무대에 입성했다.

데이본 제퍼슨-문태종 등 걸출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김종규가 없었더라면 올 시즌 LG의 정규리그 우승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장신임에도 뛰어난 운동능력을 지닌 김종규는 LG의 오랜 아킬레스건이었던 높이에 대한 갈증을 단숨에 해결해줬다.

하지만 김종규는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하 챔프전) 들어 다소 고전하고 있다. LG는 모비스와 4차전까지 2승2패의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제퍼슨과 문태종의 꾸준한 활약에도 다른 국내 선수들의 상대적인 부진과 리바운드 열세로 인해 매 경기 고전하고 있다.

이번 챔프전에서 LG 선수 중 가장 많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선수가 바로 김종규다. LG는 1~4차전 내내 리바운드 싸움에서 모비스에 한 번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경기당 평균 리바운드가 10개 가까이 차이가 난다.

팀내 최장신 센터 김종규의 챔프전 리바운드는 경기당 3.3개에 불과하다. 반면 모비스에 지난 4경기 동안 내준 공격 리바운드만 무려 33개나 된다. 김종규 수비에서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포지션상 함지훈과 로드 벤슨을 번갈아가며 수비했던 김종규는 모비스의 집중공략 타깃이 돼 구멍 취급을 받는 굴욕을 당했다.

LG는 챔프전에서 정통 빅맨인 크리스 매시보다 득점력이 좋은 제퍼슨을 더 중용할 수밖에 없다. 제퍼슨의 수비와 리바운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김종규의 활약이 절실하다.

3차전에서 제퍼슨과 문태종에게 유린당했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4차전에서 수비 패턴을 바꿨다. 함지훈과 문태영에게 제퍼슨 수비를 맡기고, 벤슨에게 김종규를 붙였다. 벤슨의 수비 영역을 좁히고 안쪽을 강화하기위한 포석이었다. 국가대표팀에서 김종규를 지도했던 유재학 감독은 김종규가 점프슛이 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4차전에서 김종규에게 중거리슛 찬스가 많이 났지만 적중률이 떨어지면서 김종규의 플레이도 위축됐다. 벤슨은 아예 노골적으로 김종규를 비워두고 제퍼슨이나 문태종에게 더블 팀을 가는 장면도 속출했다. 모비스의 수비는 그대로 적중했고 LG는 4차전 내내 이렇다 할 반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완패했다.

창단 첫 우승의 열망이 간절한 LG로서는 김종규의 분발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김종규만을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종규는 경희대 졸업반이던 지난해 여름보다 그야말로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동아시아대회와 아시아선수권 출전, 프로-아마 최강전, 다시 대학농구 플레이오프와 전국체전, 숨 돌릴 틈 없이 프로무대 데뷔에 이르기까지 휴식기 없이 1년간 강행군을 이어왔다.

드래프트 동기인 두경민과 김민구가 소속팀의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일찍 휴식기를 맞이한 것과 달리 김종규는 잘나가는 팀 성적 덕분에 챔프전까지 소화하며 일복이 터졌다. 김주성(동부)의 뒤를 잇는 차세대 노예 계보의 1순위 주자다.

생애 처음 맞이하는 챔프전에서 쟁쟁한 대선배들과 외국인 선수를 상대해야 하는 신인 선수가 극심한 체력적 부담과 잔부상까지 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김종규가 힘겨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승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한다. LG에는 올 시즌이 17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우승 기회다. 잘하든 못하든 현재 LG에 김종규를 대체할 선수는 없다. 실제로 김종규가 벤치에 들어갔을 때 LG의 리바운드와 수비는 더더욱 답이 나오지 않았다.

챔프전도 이제 2~3경기만이 남았다. ‘KBL을 뒤집어보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김종규가 다시 한 번 마지막 땀방울을 짜내야 할 순간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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