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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엇박자' 김중수, 이주열의 선택은 '정박자?'


입력 2014.04.03 11:03 수정 2014.04.03 11:51        목용재 기자

"한은, '파티브레이커' 역할 충실해야…독립성 지키는 선 정책 공조"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신임 총재(오른쪽)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환대하고 있다. ⓒ데일리안

"경제 상황인식, 경제 정책에 있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조화를 이루는데 서로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찾아왔다." -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첫 회동 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 -

지난 2일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한국은행을 직접 찾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게 적극적인 칭찬공세와 친근감을 표시했다. 현 부총리는 경제정책에 있어 그간 정부와 한은 간 '엇박자' 행보를 개선해보자는 제스추어를 취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을 직접 방문한 것도 지난 2009년 2월 윤증현 당시 기재부 장관이 이성태 전 총재를 만나러 방문한 이후 5년 2개월만의 일이었다.

현 부총리는 이주열 총재에게 초상화를 선물하고 "훌륭하신 분", "지속성장과 위기관리 등 모든 분야에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리더십도 가지고 있다"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저는 1974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한국은행에 애정이 많다"고도 했다.

이날 현 부총리와 이 총재는 1시간이 채 안 되는 만남을 갖고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정책 조화 등에 대한 논의를 주고 받았다. 정부와 한은 간의 정책 조화를 '정박자'로 끌고 가자는 의미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김중수 전 총재와 정부는 수차례 엇박자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4월 금리 인하시점을 두고 한은과 정부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김 전 총재가 취임 전후로 일갈한 "한은도 정부", "성장과 물가 등 정책 방향에 대한 최종 선택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는 발언이 무색할 정도였다. 김 전 총재는 이같은 발언 때문에취임 직후 "한은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추궁당할 정도로 '친정부파'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지난해 4월 정부는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17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을 편성해 놓고 관련 정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은이 4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정부가 이 같은 금리인하 시그널을 보내자 시장에서도 4월에 기준금리가 25bp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은 동결이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이후 김 전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외부의 금리인하 압박이 금리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 않았다"면서 "한은의 판단에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또한 당시 김 전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당시 김 전 총재는 "2012년 7월과 10월 0.25%씩 금리를 내려 완화기조를 만들어놨다"면서 "이렇게 하면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가 커진다"고 밝혔다. 이미 정부의 추경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금리수준을 구축해놨다는 의미였다.

현재는 정부가 행사하지 않는 열석발언권(정부 관료가 금통위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해서도 한은과 정부 간 충돌이 벌어진 바 있다.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 회의 마지막 순서인 금리수준 결정절차 때까지 남아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한은에서 제기된 것이다. 적어도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정부 인사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현재 열석발언권에 대해서는 현 부총리와 이 총재가 큰 틀에서 의견을 같이하고 있지만 미미한 입장 차이가 엿보인다.

이주열 총재는 정부의 열석 발언권에 대해 "경제상황이 긴박한 경우에만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현 부총리는 "열석발언권은 통제가 아니기 때문에 열석발언권 폐지 자체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보인 바 있다.

이주열 총재의 한은과 정부의 향후 공조에 대해 최창규 명지대 교수는 "한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해야한다"면서 "이주열 총재가 외골수는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의사소통은 잘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은의 독립성을 지키는 선에서 정부와의 공조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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