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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 "북 포격소리, 섬을 흔들었다"


입력 2014.03.31 18:08 수정 2014.03.31 21:20        이충재 기자

"포성은 평소에도 듣지만 4년전의 악몽이 떠올라..."

"꽃게철인데 조업중단 장기화되면 어쩌나" 생업 걱정

31일 오후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자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은 또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사진은 연평도 근해.ⓒ연합뉴스

“내색은 안해도 불안하고, 또 불안하지. 이젠 평안한 세상에서 살고 싶은데...”

포격소리는 익숙해졌어도 불안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31일 오후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하자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은 또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행히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지만 주민들은 1년 만에 또다시 군사적 긴장이 벌어지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이날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포격 소리가 섬을 울렸다. 건물과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로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의 대피훈련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었지만, 불안감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었다. ‘불안하다’고 말은 안 해도 여기저기서 한숨 쉬는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김지권 연평도 서부리 이장은 “포성은 평소에도 들으니까 특별한 불안감은 없었지만, 우리는 한번 피폭을 당했기 때문에 백령도와는 다른 불안감이 있다”며 “이럴 때마다 4년 전 포격도발 당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우리는 생업에만 몰두하고 싶은데, 왜 이렇게 계속 불안한 상태로 살아야 하는지...”라며 “그렇다고 해서 고향인데, 버리고 육지로 나가서 갈 수는 없다.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연평도 주민 김 모씨는 “연평도 사람들은 과거에 생명의 위협 느낀 것은 있기 때문에 공포와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포성은 익숙해졌는데, (북한 도발과 관련한) 뉴스를 보다가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포성 불안감에 생업까지 걱정…"조업중단 장기화되면 어쩌나"

특히 본격적인 꽃게 조업을 앞둔 어민들은 “조업중단이 장기화되면 어쩌나”라며 우려했다. 과거 보다 숫자가 줄긴 했어도 여전히 연평도와 백령도에는 꽃게잡이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식당을 운영하거나 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남북긴장 사태가 계속 이어져서 군인들이 외박이나 휴가를 못나오면 타격을 받는다”고 걱정했다.

김 이장은 “섬에는 군인들이 대부분인데, 긴장상태가 지속되면서 군인들이 휴가를 못나오면 상인들에게 타격이 크다”며 “주민들은 이번 상황이 빨리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북한 도발 등은) 또 모를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도발로 학생들의 학업도 잠시 중단됐다. 김병문 연평 초중고교 교장은 “대피방송이 나오자 학생들이 차분하게 대피소로 이동했다”며 “오늘 아침 북한이 해안포를 쏠 경우 대피해야 한다는 사전 방송이 있어서 그런지 놀라는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해 5도 지역의 초중고교는 이날 비상 상황이 종료되는 대로 방과 후 학교 등 나머지 수업은 하지 않고 학생들을 귀가 조치할 예정이다.

"주민들 차분해 보여도 가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어"

아울러 대피소로 이동하는 주민들의 움직임은 차분했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대피시설 7곳이 확충됐고, 매년 대피훈련을 해왔다.

신중근 남부리 이장은 “주민들이 쉽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미리 군에서 북한의 훈련이 있을 것이라고 방송을 통해서 말해줬기 때문에 오전부터 대피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며 “대피하는 과정도 이미 여러 차례 겪은 일이라서 차분하게 이동했다”고 말했다.

신 이장은 “주민들은 차분해 보여도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국가에서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백령면사무소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안내방송에 따라서 차분하게 대응해줘서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며 “일부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대부분 생업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해군과 해경은 서해상에서 조업 중인 어선에 복귀 명령을 내렸다. 앞서 대·소청도 20척, 백령도 16척, 연평도 7척 등 서해 5도 일대 어장에 총 43척의 어선이 출항했지만, 서해 5도 어선들은 우리 군의 복귀 명령에 따라 각 도서 항구로 되돌아오거나 인근 항구로 피항했다. 백령도와 연평도행 여객선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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