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시진핑 마주앉아 '아베 꾸짖기' 한목소리?
전문가들 "한미일 회담때는 '안보' 의제 중점 한중회담서 '대일' 공조"
정부가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과 함께 한중 정상회담도 열기로 결정한 가운데 한중 간 양자테이블에 올라올 의제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0일 오후 춘추관에서 한 브리핑에서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계기에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며 “이번 회담은 양국 정상의 취임 후 네 번째 만남이자 올해 첫 만남으로 두 정상은 한중 관계 및 한반도 정세를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시진핑 주석이 핵안보 정상회의 기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과 회담”한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핵안보정상회의 취지에 맞춰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를 비롯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인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다자회담에서는 일본의 역사문제 등 한일 간 민감한 이슈는 피하되 ‘안보’ 이슈에만 초점을 맞추는 반면, 중국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일본에 대한 견제구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핵안보정상회의내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했지만 돌연 21일 한미일 정상회담 성사키로 하면서 일부 비난여론도 속출했다.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이 자칫 아베 정부와의 외교적 주도권 경쟁에서 밀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반발에서다.
물론, 정부도 당초 일본의 과거사 반성 없이 한일 정상이 만나는 것에 반기를 들었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충돌하고 있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비판여론을 결집하면서 한미일 3자회담에 적극 나서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고수, 한일회담은 피하되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한 실리적 명분에 따른 셈이다.
다만, 이 같은 한미일 공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새 정부 이후 훈풍을 이어갔던 한중 관계의 미묘한 틈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아베정권의 잇따른 역사왜곡 행보로 인해 한일갈등이 촉발되면서 한미일 공조가 난항에 부딪치는 등 중국에는 미국에 대한 견제로 작용된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담과 함께 신속히 한중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킨 배경에는 한중 간 우호를 재확인하는 한편, 양국이 일본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를 동시에 냄으로써 한미일 회담을 향한 일부 비판을 향한 일종의 대응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2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다자회담인 한미일 정상회담과 달리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이슈는 물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제들이 논의될 수 있다”며 “특히, 양국은 그동안 공통으로 지적했던 일본의 과거사문제도 언급, 일본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어 “한중 정상회담은 중국 입장에서는 최근 한미일 공조의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자칫 한미일 대 중국 구도를 피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도 한미일 정상회담은 ‘안보적 측면’에서 이뤄졌다는 의지를 재확인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물론, 아직까지 한중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일본의 과거사문제를 두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에, 어느 정도 수위로 거론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박근혜정부와 시진핑 집권 이후 줄곧 양국이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를 중축으로 우호관계를 다져온 만큼 이번에도 해당 사안을 언급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교전문가도 “비록 최근 아베정권이 ‘고노·무라야마 담화는 계승한다’며 역사문제와 관련, 한발 물러나긴 했지만 향후 영토 분쟁을 비롯해 역사교과서 개정, 4월 예대제의 ‘야스쿠니 참배’와 같은 한일, 중일 간 갈등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앞으로도 중국은 역사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과의 공조를 부각하며 일본을 압박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한일 양국이 북핵 이슈를 포함해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점도 거론, 양국의 공통된 인식을 다시 한 번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당분간 한일 정상회담까지는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없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정상회담은 지난해 6월 베이징과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각각 개최된 이후 5개월여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이번 만남에서 두 사람이 얼마만큼 일본의 역사문제를 언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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