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민이 모르면 애쓴 공 없다" 장관들 질타
<규제개혁점검회의 2보>"아직도 완료 안됐다면 큰 문제”
"비포장 닭 판매 어렵다"에 "손톱밑 가시 선정 왜 했나"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미흡한 규제개혁 성과와 관련해 관계부처 장관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민간 참석자들의 민원에 답변하는 과정에 수차례 개입해 장관들의 미온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주로 정부의 기존 정책들을 국민이 알고 있는지, 폐지돼야 할 규제가 왜 아직도 남아있는지에 대한 지적이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증제도 개선 경과를 설명하자 “실시간으로 어떻게 이게 바뀌고 있고, 어떻게 고쳐지고 있고 하는 것을 (국민이) 알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정부 3.0도 기업하는 분들이나 국민이 실제로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윤 장관이 “현재 지금 인증규정 관련해서는 콜센터를 개설했다. 1381이라고, FTA(자유무역협정) 활용을 하기 위한 콜센터“라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그런데 1381은 많이 아느냐“고 되물었다.
윤 장관은 “지금 이게 개설한 지가 (얼마 안 돼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답했고, 박 대통령은 “(국민이) 모르면 없는 정책이나 같다”면서 “국민이 모르면 애쓴 공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119는 모르는 국민이 없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굉장히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런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복지부에 복지 콜센터가 있는데, 그것은 119가 아닌 129인데, 그것을 인지도가 굉장히 낮아서 한 16% 정도 밖에 모른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것을 알려야지 모르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그랬더니 어떤 스티커 같은 것을 만들어서 위험할 때는 119, 힘겨울 때는 129 이렇게 해서 만들었다”며 “이것을 어려운 국민들이 급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홍보를 하자고 지난 국무회의 때 얘기가 됐는데, 뭘 좀 적극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포장 닭 판매 어렵다는 보고에 "손톱 밑 가시 선정 왜 했나"
이어진 토론에서도 박 대통령의 질책성 점검은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 관련해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서 그것을 선정해서 없애기로 그렇게 추진을 했는데, 앞에서도 말한 대로 90여개가 아직도 해결을 못보고 있다”면서 “그러면 이것이 이른 시일 내에 완료하기 위해서 추진단에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90여건뿐 아니라 앞으로 추가적인 손톱 밑 가시들이 많이 나타난다. 그런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아직까지도 추진이 제대로 완료가 안 되고 있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관계부처도 같이 책임을 져야 되는 것 아니냐. 하여튼 이건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지금 있는 숙제부터 빨리 빨리 해결을 해야지 그것도 못하면서 한다고 하면 신뢰가 가겠느냐”며 “그래서 이건 관계 부처도 공동 책임이다. 이게 안 풀리면 이걸 언제까지 풀겠다는 것을 다 좀 보고를 해주기 바란다. 반드시 이것부터 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시장에서 포장이 안 된 닭을 파는 문제 등 접수된 손톱 밑 가시 과제 중 40% 정도가 남아있다는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의 보고에 “왜 안 된다(고만 하느냐). 그러니까 이 부분은 어떻게든지 (해결해야 하는데, 안 되는 거면) 손톱 밑 가시라고 선정은 왜 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김 실장이 규제 타당성에 대한 서명시스템을 만들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답하자 박 대통령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진룡 "문화부 척결대상"호소, 박 대통령 "청년들 취직 막는 건 죄악"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가벼운 말로 참석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다가 박 대통령의 진지한 모습에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유 장관은 관광호텔이 학교보건법상 유해시설로 분류되는 문제와 관련해 “우리도 정말 미치겠다.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풀어도 중간단계에서 막혀버리는 것이 있고, 우리 사회가 너무 근엄하고 학습 중심적이고 생산 중심적이다 보니까 우리 부가 관장하는 분야는 다 척결되어야 될 대상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 장관은 이어 “전혀 예측 불가능한 기준을 가지고 (중간에서) 규제를 하니까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나도 노력하고, 우리와 관련된 다른 부처에서도 적극 노력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콱콱 압력을 넣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고, 일부 참가자는 웃음을 보였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런 시대에도 안 맞는, 또 현실에도 안 맞는 또 편견으로 인해서 그런 청년들이 많이 취직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다 막고 있다는 것, 이것은 거의 죄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내 아들 딸이 졸업해서 좋은 원하는 직장에 가서 잘 지냈으면 하는데, 이런 쓸데없는 규제들, 또 잘못된 시행령 때문에 콱콱 막힌다고 그럴 때 부모 입장에서도 얼마나 화가 나는 일이냐”면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을 자꾸 이슈화시키고, 바꿔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냥 이게 안 되니까 어떻게 하느냐 이렇게 하지 말고, 이슈화시킬 것은 이슈화시켜라”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이걸 풀어야지, 그냥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게 되면 이거 한이 없다. 그런 것들이 참 많다”고 당부했다.
한편,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회의 1세션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의 발제와 기업현장의 애로사례 발표로 꾸려졌다.
애로사례 발표에서는 이지철 현대기술산업 대표, 유정무 IRT코리아 대표, 배영기 두리원 FnF 사장,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 박종국 여천NCC 대표, 심충식 선광 부회장 등 기업 경영자들과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 장형성 한국자동차튜닝협회장,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자영업자 대표로 김미정 정수원돼지갈비 사장이 참석해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사항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185개에 이르는 복잡한 인증제도, 법인기업 연질보증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자 전락 우려, 비현실적인 식품위생적격 준수사항, 동포 채용 시 중복되는 행정절차, 까다로운 차량 개조규정 등을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손톱 밑 가시로 지적했고, 윤 장관 등 유관부처 관료들은 조속한 검토 및 해결을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는 22개 관계부처 수장과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당연직 위원 12명, 청와대 참모진 등 정부 관계자 62명과 민간기업 관계자 59명 등 모두 16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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