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25일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서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 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오는 24~25일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회동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록 다자회담 형식으로 북핵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자리이지만 그동안 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서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볼 때나 북핵 문제에 있어서 한미일 3국간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해서 아직까지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이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이미 이 회담에 일정한 명분을 부여하면서 회담 개최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핵안보정상회의 자체가 핵 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논의를 포함해 비핵화 논의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는 데다 한일정상회담과는 성격이 다른 만큼 동북아지역의 안보 측면에서는 굳이 거부할 것까지는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담을 수용한다고 해도 그동안 일본에 대해 보여온 강경한 태도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아시아 전체 문제를 놓고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이번 기회에 일본의 퇴행적 역사인식을 다시 한번 지적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선진국으로서의 일본이 그동안 역사인식과 인권문제에서 퇴행적인 태도를 보여온 점을 재지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위안부 피해 당사자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는 점, 북핵 문제를 빌미로 군사화 시도를 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버려야 하는 점을 지적하고 위상에 걸맞는 보편적인 행동을 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초청 형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미국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와 관련해 최영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주미 대사)는 “미국으로서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서 지나치게 강경 기조로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할 이유가 있다”며 “일본의 과거 부정이 너무 지나치게 나가면 도쿄전범재판까지 건드리게 되고, 이를 수용할 수 없는 미국으로서는 과거사 문제가 미일간 문제로까지 불거지기 전에 끝내고 싶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미국의 입장에 맞추듯 아베 총리도 지난 14일과 18일 두 차례 국회 답변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 계승을 재차 확언하고, 26일로 예정됐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를 4월 초로 연기하고 위안부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의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우리 입장에서 볼 때에는 일본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정도이지 여전히 전향적 태도 변화는 없다. 따라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곧바로 한일정상회담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일 3자 정상회담 직후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 등 위안부 문제와 독도 도발, 평화헌법 개정 등 양국의 과거사 대립은 여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이 이뤄진다고 해도 다자회의에서 과거사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정부는 핵안보 측면에서 실리를 취하고 한일관계는 과제로 남기면서 명분을 동시에 챙기는 입장을 취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한중일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한일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고 우리 정부의 대일정책은 일관성 있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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