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행장 출근 저지 푼 수은 노조 "행보 지켜볼 것"
"이해 관계에 따른 조직개편, 단기성과주의 경영에 집착하면 강력 투쟁할 것"
지난 6일 임명된 이덕훈 신임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세 차례에 걸쳐 수출입은행 노조에 의해 출근길을 저지당했다. 노조가 이덕훈 행장을 '낙하산 인사', '대통령 코드인사'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집행부는 이덕훈 신임 행장과의 두 차례 담판을 통해 단기 성과주의적 경영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은의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이 행장의 출근 저지 농성을 철회했다.
이 행장과 담판 과정에서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에 출근 저지 농성을 중단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8일과 10일 총 다섯 시간 동안 이 행장과 대화를 나누고 노조 측의 주장을 은행장 취임사에 삽입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이 행장의 취임을 수용했다.
이 행장은 노조 측의 요구사항을 반영, 취임사에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할 것 △자원과 역량을 효과성이 높은 부문에 집중할 것 △조직구조를 금융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견제와 균형, 효율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재편할 것 등의 내용을 삽입했다.
특히 이 행장은 최근 공공기관 정상화와 관련된 일련의 조치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수은 직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겠다는 문구도 추가해 노조의 반발을 진정시켰다.
당초 수은의 노조는 이덕훈 행장을 박근혜 대통령의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비판하며 이 행장의 출근 저지 운동을 벌였다.
이덕훈 행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서강대 동문이고 서강바른금융인포럼, 서강금융인회(서금회) 등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보은인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행장이 대외정책금융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 때문에 수은 노조는 이 행장이 임명된 직후인 6, 7, 10일 3일 동안 이 행장의 출근을 막았다. 하지만 지난 8일과 10일 노조 집행부가 이 행장을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단기적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이 행장을 수용했다.
이 행장이 업무 영역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은을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한 것도 노조의 마음을 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수은 노조 관계자는 "관료·낙하산 출신의 인사들은 단기적으로 성과, 실적을 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수은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이에 이 행장의 취임을 반대했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 행장은 스스로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했고, 때문에 이 행장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행장은 10여 년 동안 언론에 노출된 사례가 드물고 은행업에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스타일로 보인다"면서 "직접 접해보니 거짓말하지 않는 진정성 있는 인물이란 것을 알았고 믿어 봐도 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이 행장은 정책기관장으로서 단기주의 성과를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서 "이해관계에 따른 조직개편이나 자신의 치적을 쌓기 위한 행보를 보인다면 또다시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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