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통합행보 변호사 3인방은 알고 있었다
변호사 출신 송호창-조광희-금태섭 통합 전후 안철수 비호
"본인이 엘리트기 때문에 또다른 엘리트 변호사 선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2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을 발표했을 당시 윤여준·박호군·윤장현·김효석·이계안·김성식·홍근명 위원장 등 공동위원장단은 소위 ‘멘붕(멘탈붕괴·당혹스러운 일을 당했다는 뜻) 상태’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의 핵심그룹에 속했으면서도 안 의원이 해당 사실을 알릴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인 것은 송호창 소통위원장이었다. 사실 그는 지난해 12월말부터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과 통합에 관한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 최고위원이 마지막으로 당의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을 알리면서 통합 요구를 타진한 쪽도 송 위원장이었다. 통합의 A부터 Z까지 송 위원장이 관여한 셈이다.
극소수만이 알고 있던 이 비밀은 송 위원장 외에 조광희 변호사가 함께 인지하고 있었다. 조 변호사는 1일 안 의원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막판 협상을 가질 때 송 위원장과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새정치연합 대변인을 맡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 또한 통합 소식에 무덤덤했다. 그는 미리 귀띔을 받았던 듯 2일 통합 발표 때부터 새정치연합 안팎으로 안 의원의 생각을 전하며 혼돈에 빠진 인사들과 지지자들을 추스르는데 앞장섰다.
세 사람은 통합 전후로 안 의원을 비호하고 있는 핵심 인물들이다. 송 위원장은 201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안 의원의 단일화 상대였던 박원순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다가 안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대선 때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며 안 의원이 후보를 사퇴한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을 때는 직접 안 의원을 보러 가기도 했다.
조 변호사는 대선 당시 안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안 의원이 샌프란시스코에서 3개월여 만에 귀국할 때 출발지에서부터 그를 수행했다. 금 변호사는 안 의원이 대선 진용이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의 공격에 어려움을 겪을 당시 페이스북에 ‘진실의 친구들’을 개설해 안 의원을 적극 도왔다. 이후 두 인사는 안 의원이 7월 재보궐선거에서 노원병 지역에 당선된 뒤 10월 재보선을 통해 조직화를 노릴 때 유력 출마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 의원과 울고 웃으며 안 의원의 최측근으로 성장한 세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법조인이라는 것이다. 조·금 변호사는 물론 송 위원장 또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등을 지낸 유명 변호사다. 대선 당시 법률지원단장을 지냈으며 현재 새정치연합 조직팀 팀장을 맡고 있는 강인철 씨도 변호사, 정연순 대선 당시 대변인도 변호사였다.
이 때문인지 안 의원은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디뎠던 지난 대선 때부터 유독 법조인 출신들을 기용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송 위원장이 안 의원으로부터 신임 받는 이유에 대해 안 의원이 기업인 출신으로서 정치와 밀접한 법률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송 위원장이 법률가이기 때문”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본인이 엘리트이기 때문에 은연 중 또 다른 엘리트인 법조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법조인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행보를 한다”며 “하지만 모험성이라든지 추진성이 약해 정치계라는 정글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선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언급했다.
법조인 외에도 안 의원의 측근 그룹에는 교수들이 포진해있다. 장하성(케임브리지대)·김호기(연세대)·고원(서울과기대)·김민전(경희대)·정연정(배재대) 교수 등이며 안 의원 본인도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 디지털 정보융합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이중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기구인 신당추진단의 일원이 된 정 교수는 눈에 띄는 인물이다. 정 교수는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정치쇄신포럼에서 활동했고, 현재 ‘정책네트워크 내일’ 정책위원이다.
또 다른 최측근 인물들은 기자 출신인 표철수 공보단장과 윤태곤 비서관이다. 표 단장은 KBS정치부 차장을 시작으로 YTN미디어국장 이사, 방송위원회 사무총장, 경기도 정무부지사 등을 거친 인물이다. 표 단장은 5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첫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윤 비서관은 진보적 성격의 인터넷 신문인 ‘프레시안’에서 활약했으며 안 의원이 정치에 본격 입문할 당시 그의 ‘입’이 돼줬다.
한편, 신(新)인물로는 새정치연합 총무팀장을 맡고 있는 곽수종 씨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신인 곽 팀장은 송 위원장, 조 변호사와 함께 ‘김-안 협상’ 자리에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 팀장은 안 의원이 정치권에 발을 딛기 전 참여했던 친목·공부 모임인 ‘고인 물 모임’에서 안 의원을 알게 됐다고 한다. 두 인사의 징검다리로는 모임 멤버이자 안 의원의 오랜 지인인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또 다른 ‘대기업 출신’ 측근 인사로는 대선 당시 공보팀 정책부대변인을 지냈으며 최근 새정치연합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홍석빈 전 LG경제연구원 등이 꼽힌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