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교→탈북자→한국인→망명 난민→중국 공민, 변화무쌍의 극치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 씨(34)는 북한을 포함한 중국과 한국, 영국 등 4개 국가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탈북자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 씨를 기소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항소심 법원에 각각 제출한 북중 출입국기록이 서로 달라 증거 위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유 씨의 과거 변화무쌍한 신분위조 행적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에서 ‘류가강’이란 이름으로 살아온 유 씨는 탈북한 뒤 중국에서 ‘유가강’이었다가 2004년 ‘유광일’이란 이름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2007년 중국에서 ‘유가강’의 이름으로 정식 공민 신분을 획득했으며, 2010년에는 한국에서 ‘유우성’으로 개명도 했다.
게다가 유 씨는 중국 호구를 취득한 이후에도 남한에서 머물다 2008년 어학연수 목적으로 영국으로 출국한 뒤 탈북자 신분을 이용해 망명을 신청했으며, 이때에는 ‘조광일’ 명의로 난민자 카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 씨는 2007~2009년에 걸쳐 환치기 수법으로 국내외에서 약 26억여원을 중개해 외국환거래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협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된 일이 있었다. 이때 유 씨의 부친이 북한 회령시 보위부를 통해 유광일 명의의 청년동맹증을 제작한 일도 수사기관에서 확인됐다.
처음 유 씨가 2010년 남북교류협력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방검찰청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화교 신분이 탄로날 것을 우려해 신분 은폐용으로 유광일 명의의 맹원증을 위조 발급받은 사실이 적발된 일이 있다.
당시 이를 조사하던 정보기관에서 유 씨의 여동생은 유 씨의 맹원증 소지 경위와 관련해 “보위부 지도원의 도움을 받아 맹원증을 위조했고, 이를 친지 등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당초 수사 초기 유 씨는 “북한에서 거주하던 기간인 1995년 7월 청년동맹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나 그 시절에는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다시 “아버지에게 부탁해 신분 위장용으로 보관하고 있었다”고 자백했다.
결국 유 씨는 탈북자 신분으로 위장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정착금 등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이후 3년여가 지난 다음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친척의 호구에 편입해 ‘재북 화교’ 신분을 벗어나 정상적인 ‘중국 공민’ 신분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유 씨는 2008년 1월 어학연수 목적으로 영국으로 출국한 후 탈북자 신분으로 망명 신청을 하면서 ‘조광일’ 명의로 난민자 카드를 발급받아 매주 지원금 40파운드(약 6만8000원)을 받으며 생활하다가 그해 7월에 귀국했다.
이 밖에도 유 씨는 국내에서만도 무려 두 번이나 주민등록번호와 생년월일을 바꿨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밀입북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후 이름을 ‘유광일’에서 다시 ‘유우성’으로 개명하고, 탈북자 특별채용 기회를 이용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취업했다.
현재 탈북자의 경우 거주지에 따라 정해진 주민등록 뒷번호를 부여하고 있어 주거지를 옮길 경우 자발적으로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탈북자들은 주민번호를 바꾸게 되면 은행 등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모든 서류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주거지를 옮겨도 기존에 사용하던 주민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유 씨는 국내에서 거주지를 자주 옮겨다니고 주민번호까지 바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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