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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정치신인에서 정치꾼으로 등극하다


입력 2014.03.03 11:26 수정 2014.03.03 17:03        이상휘 선임기자

<칼럼>정치공학 테크닉보다 기본부터 익혀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측의 힘 합쳐 신당 창당을 합의키로 한 가운데 안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거짓말에도 종류가 있다. 빛깔이 있다는 말이다. 선의의 거짓말은 화이트 라이(white lie), 악의의 거짓말은 레드 라이(red lie)라고 한다.

단테의 신곡에도 묘사되어 있다. 지옥의 순례길에 거짓말하는 사람의 심판 장면에서다. 선의의 거짓말을 한 사람은 구제를 받는다. 반면 악의의 거짓말을 한 사람은 단죄를 받고 있다.

빛깔의 구분은 간단하다. 공익을 위한 것이나, 어쩔수 없는 선택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거짓말 등이 선의다. 그러나 뻔히 알면서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면 악의다.

배비장전에서 애랑이 등장한다. 애랑은 갖은 눈물과 거짓말로 배비장을 유혹했다. 사랑이 아닌 것이다. 결국 배비장은 알몸이 되었고, 심지어 이빨까지 빼주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공익과 맞닿은 거짓말이면 더욱 심각해진다. 국민을 속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백성을 속이는 거짓말은 망국이라고 말해왔다. 어떤 형태든 내뱉은 말이면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관리의 법도요, 백성을 위해 헌신하는 도리로 여겼다.

중국 당나라 학자 유종원은 “백성들에게 차가운 거짓말은 나라를 망하게 하며, 따뜻한 선의의 거짓말은 흥하게 할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한비자에도 나와 있다. “거짓말에는 음과 양이 있다. 악한 것은 음기요, 선한 것은 양기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국민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은 무엇일까.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 당당하고 자신있는 자세, 역경을 딛고 나가겠다는 의지, 그것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국민의 모습,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새빨간 거짓말은 그 반대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만이라고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너무나 많은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정치인들의 말은 신뢰하기 힘들다. 어쩌면 정치라는 한계성이 잉태한 변종물이 거짓말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진실한 정치를 갈구하는 이유다. 거짓말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정치를 구태라고 불렀던 것이다. 낡고 불편한 냄새가 다른 것이 아니다. 거짓말의 정도가 지나쳐서 비롯된 것이다.

불과 2년6개월전이다. 안철수라는 사람이 등장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반가워 했다. 기성 정치권에 싫증이 난 까닭이었다. 안철수라는 사람에게서 진실과 신뢰를 느꼈기 때문이다.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정치인 안철수의 탄생이었다. 불과 40일전, 1월 21일, 안 의원은 독자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정치인 안철수의 홀로서기였다. 정치권은 술렁거렸다. 그가 주장하는 새정치의 폭발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3월 2일, 안 의원은 민주당과의 신당창당을 선언했다. “야권연대는 없다, 패배주의적 발상이다. 결코 정치공학적 연대는 없을 것이다,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정당이 아니다“ 등등의 내뱉은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서 말이다.

기성 정치권에 맞서 새정치를 하겠다고 말하고선 표변했다. “민주당이 개혁하는 것이 새정치다”는 교묘한 화술로 기만하고 있다.

신당창당의 효과는 어떨지 모르겠다. 신당이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관심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안 의원의 모습이 명확해진 것이다. 그의 새정치가 그렇다. 권력을 위한 목적과 수단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아주 새빨간 거짓말로 말이다. 새정치라는 순수성을 기대하는 국민들을 기만한 거짓말이었다.

그런 음습한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 하는 그에게 이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정치를 하기에 앞서, 국민을 말하기에 앞서, 하다못해 배비장의 거짓말 교훈도 새기고, 한비자도 읽고,
단테도 아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테크닉보다 기본부터 익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제 안 의원은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꾼의 반열에 오른 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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