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마지막 순간에 언제나 무너지는 이유
문재인과 단일화 협상이후 두번째, 지지율 정체기 때마다
민주당내 친노세력과 안철수 세력간 분당 가능성도 제기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이 발표된 2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정치 실험’이 결국 실패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당초 새정치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여야를 뒤흔드는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안 의원의 목표가 이날 민주당과의 손잡기로 ‘새정치=민주당’으로 귀결됐기 때문이다. 이는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자진 사퇴후 문 후보에 힘을 실으며 ‘안철수=문재인’이라는 구도를 만든 것과 흡사하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의 새정치에 대한 열망이 같은 이유로 두 차례 꺾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안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 작업에 나서게 된 시점이 지난 대선 당시 안 의원이 대선 후보로서 지지율 정체기를 겪을 때와 비슷한 시기라는 점에서 안 의원이 대선 때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민주당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호남을 시작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민주당을 긴장시켰던 새정치연합은 민주당이 야권분열을 설파하며 본격적으로 나서자 설을 기점으로 지지율에 있어 다소 흔들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이 더 적극적으로 전국을 다니고 야권 유력 후보들을 만나며 동분서주했지만, 대선 때와 같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으로 흡수됐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통합과 관련,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 의원의 파랑‘새(새정치)’는 날아갔다”며 “이제 ‘안철수’는 없다”고 말했다.
독자적 세력을 추구하던 안 의원의 새정치가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됐으며, 이로 인해 새정치로 대표됐던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인 안 의원의 존재감도 사라지게 됐다는 뜻이다. 황 평론가는 “오늘 발표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 민주당과의 합의안이 안 의원이 추구한 새정치와 정치개혁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향후 새정치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새정치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한편에서는 안 의원이 민주당과 합의한 ‘민주당을 포함한 제3지대 신당’이란 친노를 배제하는 ‘제2의 새정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분당 가능성이 시사되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안 의원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통합에 나서게 된 결정적 계기를 친노에 대한 비판적 공감대 형성 때문이라고 봤다. 비노의 대표인 김 대표가 지속적으로 일부 범친노 강경파로부터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인데다 안 의원 또한 친노와 지난 대선 당시 후보 양보를 시작으로 이때까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앞으로도 친노와 안 의원 세력은 함께 가기 어렵다”며 두 세력이 분리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황 평론가 또한 “쿠키를 먹어도 검은 쿠키만 먹는다며 신당 창당의 애로사항에 부딪친 안 의원과 민주당 내에서 ‘3월 원내대표 교체설’과 ‘문재인 구원등판’이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김 대표가 궁여지책으로 통합하게 된 것”이라며 일부 힘을 실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도 “김 대표가 제1계파인 친노와의 갈등을 어떻게 줄일지가 관건”이라며 친노가 두 세력의 통합에 합의했지만, 6.4지방선거를 앞둔 일시적 동의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친노와 안 의원측 두 세력 간 갈등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그 시기는 장기적으로는 지방선거 이후, 단기적으로는 통합 즉시로 전망된다.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서로간 불만을 잠재우다가 선거 결과에 따라 당권다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전자, 지방선거 과정에서부터 자기 세력을 심으려는 갈등이 촉발될 것이라는 게 후자다.
반면 “결국 이것이 안 의원이 추구하던 새정치”라는 긍정적 평도 있었다. 박 교수는 “바깥에서 단일화를 하는 게 아닌 제3지대로 가자는 총론적 합의를 한 것은 안 의원의 새정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게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야권발 정계개편이 시동을 걸어 정치권의 중심을 잡았다는 점에서 굉장한 소득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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