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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 차장의 카드사 정보 유출은 계획적 범행"


입력 2014.02.25 11:28 수정 2014.02.27 10:04        윤정선 기자

포맷 후 이미지 파일로 OS 설치했다면 계획적인 범죄일 가능성 높아

범행 시기만 봐도 우발적으로 범죄 저질렀다는 주장 신빙성 떨어져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경위를 두고 카드사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전 직원 박모 차장이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박 차장의 진술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카드 고객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 박모 차장이 유출 경위를 거짓 진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고위 관계자로부터 단독 입수한 '카드사 정보유출 포맷 이슈 관련 의견서'를 보면 국민카드와 농협카드, 롯데카드를 돌며 고객정보를 유출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전 직원 박 차장의 범행을 계획적이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 18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박 차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우선 범행 방법에 있어 박 전 차장의 범행은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박 차장은 지난 2012년 12월 농협카드에서 고객 정보를 유출했을 때 PC를 포맷했다고 진술했다.

포맷은 일반적으로 주기억장치의 모든 정보를 삭제하고 초기화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보안프로그램도 삭제 대상이 된다.

박 차장은 포맷으로 보안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킨 뒤 운영체제(OS)를 재설치했고 이후 개인정보 파일을 옮긴 뒤 자신의 이동식저장디스크(USB)에 담았다. 이 과정에서 박 차장이 이미지 파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 파일은 OS는 물론 기타 프로그램을 한 번에 설치하도록 돕는다. 예컨대 윈도우를 설치하고 한글이나 오피스 같은 프로그램을 일일이 설치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설치되는 식이다.

이런 이유로 IT에 익숙한 사용자는 포맷 이후 운영체재와 유틸리티 등 프로그램 설치에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이미지 파일을 사용한다. 노턴 고스트 등의 프로그램이 해당된다.

포맷 후 재설치를 통해 보안프로그램에서 우회했다는 박 차장의 주장은 충동적인 범행으로 보기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계획적인 범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일반적으로 IT 개발자가 이미지 파일을 상시로 갖추지 않기 때문에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보고서에는 "NH카드 2차 정보 유출과 롯데카드 정보 유출에 포맷 방식이 모두 사용되었다면 이미 성공한 범행기법을 계획적으로 다시 한번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롯데카드 정보 유출 경로(카드사 정보유출 포맷 이슈 관련 의견서)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에 고객 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높다.

강승하 롯데카드 고객피해대책반장은 지난달 23일 긴급 현안보고에서 유출사고 직전 기존에 설치돼 있던 보안프로그램이 포맷 등에 의해 삭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카드와 같은 방법으로 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부분이다.

범행 시기도 박 차장의 범행은 우발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 공소장에 명시된 박 차장의 범행 시기는 농협카드 2012년 10월과 12월, 국민카드 지난해 6월, 롯데카드 지난해 12월로 1년이 넘는다. 상식적으로 1년 넘는 기간 동안 유출 한 것을 우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박 차장의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진다.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국정조사에서 밝힌 박씨의 우발적 범행 증언은 논란이 되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박 차장이 우발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형량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박 차장이 자꾸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말하는데 이는 형량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이라며 "결국 카드사와 박 차장의 주장이 다른 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다"고 비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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