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에서 문짝까지...박 대통령 키워드 왜 달라졌나
<박대통령 취임 1주년 기획①>'추상적 → 구체적' 변화
부드럽고도 강한 대국민 메시지 관료들에겐 심리적 압박
‘진돗개’, ‘호랑이’, ‘대박’, ‘물고기’, ‘국수’, ‘달력’, ‘문짝’…
전혀 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유를 위해 활용한 단어들이다. 25일 취임 1주년을 맞은 박 대통령의 새로운 키워드는 ‘변화’다.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화법,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 위한 다양한 비유, 적절한 자료 인용, 모두 취임 초기에는 보기 어려웠던 모습들이다.
과거 ‘박근혜 화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박 대통령의 발언이 추상적이었다면, 집권 1년을 맞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정책 성과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통령이 사례까지 들어가며 성과를 압박하는 마당에 관료들이 ‘복지부동’을 고집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국정 분야는 ‘비정상의 정상화’다. 화재가 됐던 ‘진돗개론’도 박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관료들의 추진 의지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인용된 말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정평가 종합 분야 업무보고에서 “진돗개가 한 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한다”면서 “진돗개를 하나 딱 그려놓고, 우리는 ‘진돗개 정신’으로 한다(는 각오로), 하여튼 우리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사자나 호랑이는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잡는 데도 최선을 다하지 않느냐. 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큰 호랑이가 작은 토끼를 못 잡는다”면서 주요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정상화, 규제개혁을 위해 관료들이 밤낮으로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부정청탁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국민의 건강과 안전 등을 침해하는 공익신고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 등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 이들 법안의 처리를 위해 국회와 긴밀히 논의 중이다.
정부는 또 지난해 12월 선정한 ‘비정상의 정상화’ 핵심과제 48개와 단기 개선과제 32개 등 총 80개 과제를 선정해 이를 실현하는 데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표 복지공약인 기초연금도 마찬가지다. 공약파기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박 대통령의 발언이 주로 감성적 호소에 치우쳤다면, 최근에는 정책을 ‘텁텁한 국수’에 비유하며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우리가 음식을 차려도 국수가 따끈따끈 할 때 먹어야 소화도 잘 되고 맛도 있고 제대로 먹은 것 같은데, 시간이 한참 지나 탱탱 불어터지고 텁텁해지면 맛도 없어지는데 누가 먹겠느냐”면서 “퉁퉁 불어터진 국수 같이 이러면 시행돼도 별로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번 국회에서 잘 되도록 협력을 하고, 힘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경기대 교수)은 25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과거 박 대통령의 발언이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이미지를 줬다면, 최근 들어서는 조금 더 부드러우면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며 “국민과 더 가까운 소통을 위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 소장은 이어 “관료들의 입장에서도 발언에 강한 임팩트가 실리면 심리적 압박이 더해질 수 있다”면서 “예시를 든다든가 하면 그 부분이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대통령 역시 그런 효과를 기대하고 화법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달라진 박 대통령의 화법이 가장 부각된 분야는 ‘대박’ 효과를 톡톡히 봤던 통일 분야다.
지난해 남북관계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주로 남북간 신뢰, 확고한 안보,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제시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걸었지만,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달 6일 신년 기자회견을 거치면서 한층 구체화됐다.
당시 박 대통령은 “나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말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제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은 보난자(bonanza·노다지), 잭팟(jackpot·거액의 상금) 등 다양한 영어 표현으로 번역돼 존 케리 미국 외무장관을 비롯한 주요 해외 인사, 외신들에 의해 소개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평화통일 기반 구축 분야 업무보고에서도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하겠다”고 재차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년이 큰 틀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대를 확대하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정책의 내실을 더욱 다져가면서 남북관계 곳곳에 남아있는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아야 하겠다”며 “앞으로도 남북관계가 신뢰와 약속을 지켜나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현재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우리가 보다 깊이 도와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노력도 펼쳐가야 하겠다”면서 농축산 기술과 지식 공유, 공동체 의식 고양 사업 발굴,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개선 등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태도 변화의 가장 큰 결과물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다. 당초 북한은 우리 정부의 키 리졸브(Key Resolve) 연기를 요구하며 실무협상에 비협조적으로 나왔으나, 우리 측의 일관된 원칙과 설득 앞에 결국 양보를 택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린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남북간 민간교류를 확대하고,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탈북민 정착 지원을 역점과제로 선정하는 등 통일시대 준비를 위해 정부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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