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진리교' 이석기 잔당을 일망타진할 수 있을까
<칼럼>기계적 법적용 능사 아냐…수가 없는 조직 폭동 가능하냐가 여부
법원이 이석기 통진당 의원과 RO조직원들에게 내란음모혐의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12년 등의 중형을 선고했다. 내란을 획책한 사람에게 징역 12년이 너무 낮다든가 심지어 극형에 처하라고 주장이 있지만 이는 법적으로 불가능한데(내란음모죄에 사형은 없다), 법적인 주장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이런 세력에게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의미로 새기면 되겠다.
이석기 일당의 합정동 회합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내란음모죄가 성립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논란이 일었고, 필자를 포함한 적지 않은 법률가들이 내란음모죄가 성립되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은가하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내란죄는 단순히 여러사람이 국가를 전복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조직이 국가전복을 시도할 때 성립하는 범죄인데, 당시 알려진 증거로는 RO가 그러한 체계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것을 보면, RO와 이석기가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조직을 구성하였다는 증거가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 중에 RO가 설악산에서 “首님” 이석기를 경호하기 위한 혹한기훈련을 하였다는 사실과 내부정보를 제공한 증인의 증언이 지휘`통솔체계를 인정할만한 구체적이고 신빙성있는 내용으로 법정에 현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고 평택가스저장탱크를 폭파시키기 위하여 그 재질과 두께를 따져보거나 기간통신망을 교란시키고자 혜화전화국의 파괴를 논의하였으니 법에 따른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이들이 북한이 침략전쟁을 개시하는 것에 맞추어 내응(內應)하겠다는 계획으로서 그 구체적인 위험성은 독자적인 폭동계획보다 훨씬 위험한 시도라고 할 수 있으니 이들이 엄벌에 처해진 이 번 재판을 반겨 마땅하다.
그러나 마음 한편이 무거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북한과 연계하여 대한민국을 전복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세력이 대한민국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인 듯하다. 북한은 실상 국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집단이다. 3대권력세습도 세습이려니와 전세계적으로 식량이 남아도는 세상에 수백만을 이미 굶겨죽였고, 지금도 굶주리게 만들고 있는 집단이다. 만천하에 알려진 북한의 실상을 모를 리 없는 이석기와 RO조직원들이 북한을 추종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존재하고 구체적인 폭동까지 모의하였다니 마음이 무거울 터이다.
이들의 뿌리가 주사파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1979년 10`26후 신군부의 등장과 이들에 의한 1980년 광주에서의 학살로 이 땅의 젊은이들은 절망했다. 내나라 군인이 내나라 국민을 총칼로 죽이는 광주의 비극을 보면서 절망하고 이들을 타도할 수 있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심정으로 주체사상에 경도되었던 것으로 이해한다. 거기에 북한은 입만 열면 민족과 통일을 외쳤다. ‘미제의 식민지’가 시민학살을 묵인하는 남한에 비하여 ‘인민공화국’은 미국은 물론 소련과 중국에도 민족과 주체를 내세워 큰소리치고 있으니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주체사상에 빨려 들어갔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시절에는 이해할 만하다.
이해되지 않는 점은 이들이 그 후에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사파가 된 많은 젊은이들이 1987년 민주화, 1990년대 공산진영의 붕괴, 북한의 처참한 현실을 겪으면서 주체사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깨닫고 생각이 바뀌었지만, 이석기일파는 굳건하게 북한추종자세를 지금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요 또 불가사의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에서 크게 성공하고 국회의원까지 된 사람이 북한의 공격개시에 맞추어 내응하겠다니 이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이들이 1980년대 의식을 21세기까지 보존하여 화석화된 이념을 견지한 채 이를 실현하겠다고 폭동까지 모의하였던 것이다.
이들을 보면서 필자는 광신적 종교집단이나 일본 적군파를 연상했다. 교주의 말이 정상인의 상식으로는 도대체 말이 안 되지만 광신도들은 맹목적으로 믿으면서 살인을 저지르거나 집단자살도 불사하는데, 이들과 유사점이 보이는 것이다. 일제시절 수백 명의 신도를 살해한 백백교, 7·80년대 오대양집단자살, 미국의 인민사원집단자살, 일본의 옴진리교 테러 등은 외부인들과 동 떨어진 인식을 공유하는 종교집단이 점점 고립되면서 위기에 몰린 교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고립감에 더더욱 교주를 맹종한 광신도들이 살인이나 자살을 거침없이 감행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석기 일파가 북한을 추종하면서 폭동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은 우리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인식이고 따라서 이들은 우리사회에서 점차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고립될수록 내부결속이 필요하고 또 이른바 수(首)는 내부결속을 위하여 어떤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터인데, 그 행동은 필경 합정동모임에서 논의한 테러와 유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적군파가 그랬듯이 결국은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기 십상일 것이라고 보면, 이번에 음모단계에서 적발됨으로써 더 큰 비극은 피하게 된 것이 아닐까한다.
이제 나머지 RO조직원들에 대한 재판이 논의되고 있다. 법원에서 이석기와 RO가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조직체로 인정되었으므로 함께 내란을 모의한 그 구성원들에 대한 사법절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벌써 전원을 일망타진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해야 될까?
어려운 문제다.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만 한다면 간단하기는 하다. 철저하게 조사해서 내란음모나 선동혐의가 인정되면 기소하고 재판을 통하여 처벌여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기계적인 법적용만이 법은 아니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과 비슷한 역할을 한 사람에 대하여는 기소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겠지만, 나머지 조직원들까지 기소하는 국민통합상 지나친 것이 아닐까 한다. 만약, ‘수(首)’가 없는 RO조직이 무장폭동을 도모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다면 나머지 조직원들에 대한 처벌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석기와 RO조직원들은 하루 속히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유례없는 비인간적인 북한체제를 추종하는 것이나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북체제에 의한 혁명이 가능하다는 망상을 속히 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석기 일당에 대한 이번 재판이 우리 사회에서 종북주사파에 대한 마지막 재판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땅에서 주사파가 대한민국 전복의 망상을 포기한 날로, 현대사의 비극적 사생아인 종북주사파가 실질적으로 이 땅에서 소멸된 날로 기록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역사에 하나의 매듭을 짓게 될 것이다.
글/이재교 변호사(시대정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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