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쇼크’ 쇼트트랙…독기서린 금메달 사냥
'4회 연속 금메달' 여자 계주 전통의 금메달 텃밭
탈락한 남자 대표팀 연습상대 삼아 훈련에 매진
'안현수 쇼크'에 노골드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이 여자 계주팀을 앞세워 명예회복에 나선다.
여자 대표팀은 18일 오후 7시 54분(이하 한국시각),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자 계주는 전통적으로 한국의 금메달 텃밭으로 불렸다. 그도 그럴 것이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4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지난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1위로 골인하고도 임패딩 파울 선언으로 인해 중국에 금메달을 내준 일이다.
그래도 한국은 여전히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힌다. 지난 4차례 월드컵에서 3번이나 금메달을 따내며 계주 최강자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전통의 라이벌 중국이 걸림돌이지만 에이스 왕멍이 빠진 상황이라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또 하나의 변수는 바로 중압감이다. 효자종목 쇼트트랙에서 아직까지 금메달이 나오지 않고 있어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급기야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가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자 국내 여론의 성난 눈초리는 대표팀에게로 향하고 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급기야 이번 대회에서는 충돌과 미끄러짐 등 선수들의 실수가 유독 많이 나오고 있어 부진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사기가 떨어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여자 계주에 나서는 선수들은 금메달로 설욕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면서 지원사격에 나선 이들이 남자 대표팀이다. 남자 계주팀은 준결승에서 1위로 잘 달리고 있다가 마지막 5바퀴를 남겨놓고 이호석이 넘어지는 바람에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실망이 크지만 남자팀은 못다 이룬 금메달 한을 여자 대표팀이 풀어주길 바라고 있다.
현재 여자 계주팀은 남자 대표팀을 연습상대로 삼아 밀어주기 등 전략 전술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에 스타트가 뛰어난 박승희가 첫 번째 주자로 나서 꽉 막혀 있는 금맥을 뚫겠다는 각오다. 박승희는 지난 500m 결승에서 상대 선수에 걸려 넘어졌고, 이로 인해 부상을 입었지만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대표팀의 맏언니이자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인 조해리의 각오도 남다르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서 통한의 실격으로 눈물을 훔쳤던 조해리는 자신의 아쉬움을 달래고, 그와 동시에 동생들의 영광을 위해 신발 끈을 조여매고 있다.
마지막 주자는 세계랭킹 1위 심석희다. 자신의 주 종목인 1500m에서 막판 역전을 내주는 바람에 은메달에 그쳤지만 17세 소녀는 아쉬움이 탄식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만큼 올림픽이 주는 압박감이 크다는 뜻이다. 심석희는 코너링에서의 기술과 가속도 등이 뛰어나 현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비록 지난 1500m에서는 레이스 운영 전략에서 실패를 맛봤지만 언니들과 함께하는 계주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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