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넘기' 새누리 서울시장 경선 불붙인다
이혜훈 '적극' 김황식 '미온' 정몽준 '선회'
새누리당이 6.4지방선거 최대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일 모양새다. 진용은 갖춰졌다. 사실상 정몽준, 이혜훈 의원을 비롯해 김황식 전 총리까지 시장선거 대열에 오름에 따라 경선을 통한 ‘빅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세명의 체급 있는 선수들이 링 위에 오를 것으로 가닥이 잡힌 만큼, 경선을 통한 ‘빅매치’가 새누리당의 최대 흥행카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선을 통한 후보자간 경쟁구도를 통한 선거흥행 전략을 구사한다는 속셈이다.
박근혜정부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할 경우 치명타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발(發) 정권 심판론으로 번질 경우 국정운영의 원동력을 상실할 수 있고, 정권재창출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서울시장 탈환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의 벽은 생각보다 견고하다. 대체적으로 무난한 시정을 이끌어 왔다는 평을 받고 있는 박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내 후보군보다 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 이는 당 내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박 시장과 ‘한 판’을 겨눌 인재가 부재하다는 것을 여실이 드러내는 대목이다.
깨지지 않을 것처럼 여겨지는 박 시장에게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인물’이 존재한다. 바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다. 신당창당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안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를 냄은 물론,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야권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신당에서 후보가 나올 경우 선거구도는 3파전으로 뒤집힌다. 이 경우 야권의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박 시장의 재임은 확신할 수 없다.
이혜훈 경선주장에 망설이던 정몽준 입장선회?
새누리당은 이혜훈 최고위원이 일찌감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내 경제통으로 야당과 격론이 벌어질때마다 각종 토론에서 논리를 뒷받침한 입담으로 전문성을 부각시킨 이혜훈 최고위원은 일관되게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최고위원의 실력은 인정하면서도 박 시장과 일대일로 대항하기에는 다소 힘이 달린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당내에서는 정 의원을, 당 밖으로는 김 전 총리를 물망에 롤렸다. 당초 서울시장 출마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던 김 전 총리도 물밑으로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경선의 발판이 마련됐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경선 교두보를 마련한 것은 정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당초 서울시장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정 의원으로서 서울시장 자리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에서 실패할 경우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당선되더라도 대권도전을 위해서는 서울시장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그럴듯한 명분이 없다.
불출마 입장을 고수했던 정 의원이 돌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입장을 선회, 중진급이상의 체급 있는 인사로 거론돼 왔던 김 전 총리와 더불어 이 최고위원간 ‘빅매치’ 가능성을 높인 것.
23일부터 열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정 의원은 27일(현지시각)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만난 뒤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소감을 적었다. 그는 “12년 동안 시장직을 즐거운 마음으로 수행했다고 하는 블룸버그 전 시장으로부터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1시간 30분가량의 면담에서 블룸버그 시장은 정 의원에게 자신의 시정경험을 설명하며 “서울시장에 출마하려 한다면 왜 시장을 하려고 하는지, 시장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정 의원측 관계자가 밝혔다. 정 의원은 귀국과 동시에 서울시장출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 돌연 서울시장 출마에 입장을 선회한데는 안철수신당이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철수신당 추진위인 새정치추진위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낸다고 밝힌 가운데, 새누리당, 박 시장, 안철수 신당 3파전으로 서울시장 선거가 치러질 경우 정 의원의 승산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혜훈 최고위원 측에서는 누구와 붙어도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빅매치로 키워질 경우 그만큼 인지도도 더 높아질 수 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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