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사람 속 모른다는데" 안희정 수성 가능할까?
<지방선거 격전지 점검>6.4 지방선거 충남지사, 현 지사 프리미엄 속 민심 향배에 귀추
충남도지사 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청도 민심이 선거의 승패를 가른다는 말이 나올 만큼, 그간 충청권은 정국의 조정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과거 충청권은 보수정당의 텃밭이었다. 김종필 전 총재가 창당했던 자유민주연합의 뿌리이기도 한 충청권은 자민련이 한나라당에 통합된 뒤에는 이회창 전 총재의 자유선진당을 지지했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충청권 18개 의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9곳에서, 자유선진당이 3곳에서 각각 승리를 거뒀다.
그렇다고 모든 선거의 결과가 같은 것은 아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 민심은 안희정 민주당 후보를 택했다. 그러나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13.3%p 차로 따돌렸다. 이처럼 선거 때마다 다른 결과 때문에 충남은 속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충남이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최근 치러진 대부분의 선거에서 충남의 민심을 얻는 쪽이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국토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충남은 특정 정당보다 정치적 성향과 인물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강해 전국단위 선거에서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은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곳인 만큼 새누리당은 탈환에, 민주당은 수성에 전력을 쏟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현 충남지사인 안 지사는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부권의 맹주로서 위용을 떨치며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반대로 새누리당은 본래 보수정당의 텃밭이었던 충남을 이번에 탈환하지 못한다면 충남을 민주당에 내어줄 수도 있다는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만큼 충남지사 선거는 의미가 크다.
류근찬 출마 여부에 안희정 당락 갈릴 수도
이번 충남지사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 신당이다. 안 지사가 새누리당 후보들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힌 류근찬 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출마 여부가 선거의 당락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류 전 의원은 대표적인 선진계 인사다.
한국갤럽의 지난 23일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p)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을 제외한 충남지역의 정당별 지지도에서 무당파는 무려 32%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1%p 하락한 37%를 기록, 새누리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안철수 신당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안 의원측 후보가 포함된 지난 1일 ‘중앙일보’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9%p)에서 안 지사는 새누리당 후보를 10%p 이상 앞질렀다. 안 지사(40.6%)는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29.9%)을 10.7% 차로 앞섰으며,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28.2%)과 대결에서는 12.4%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상대결에서 안 의원측 후보는 각각 14.4%, 14.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양자대결과 다자대결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 변화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안 의원측 후보가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상당수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안 지사가 보여주는 40% 내외의 지지율은 상대 후보가 누구냐, 선거구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상관없이 유지되는 고정 지지층인 셈이다.
여기에는 류 전 의원이 안철수 신당의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류 전 의원은 자유선진당 출신으로, 17·18대 총선에서 각각 김명수 열린우리당·김태흠 한나라당(당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으나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합당에 반발해 탈당했다.
이 같은 상황에 안철수 신당에서 류 전 의원이 출마하고 새누리당에서 이 의원이 출마한다면 선진계 후보간 집안싸움이 된다. 안 지사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 높아졌지, 낙선 가능성은 적다.
더불어 충남지역 새누리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새누리당의 고정 지지층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의 후보와 상관없이 류 전 의원의 출마 자체로 보수 표가 양분될 소지가 크다. 실제 18대 총선에서는 충청지역 총 18개의 선거구 중 자유선진당이 9곳에서, 통합민주당이 7곳에서 각각 승리를 거뒀다.
한편, 류 전 의원은 아직까지 본인의 출마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안철수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는 오는 3월 말께가 돼서야 류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양자구도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높은 국정수행 지지도가 벽
반대로 안 지사와 새누리당 후보간 양자구도에서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안 지사의 대항마로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 성무용 천안시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산 출신의 이 의원은 지난 23일 충남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들 중 누가 여권의 후보로 나서든 안 지사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네 인물 모두 지역 토박이인 데다, 각기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쟁력을 가진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 의원은 행정고시로 관계에 입문해 금산군수, 충남도청 기획정보실장, 충남도청 행정부지사 등을 역임한 지역행정 전문가다. 특히 이 의원은 아산에서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해 지역적 지지기반도 견고하다. 성 시장 또한 천안시장으로 계속임기 만기인 3년을 모두 채운 지역발전 전문가다.
여기에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충남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전용학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홍성 출신의 홍 의원,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공주시·연기군에서 재선의원을 지낸 정 총장도 안 지사와 양자대결에서 오차범위 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쟁쟁한 후보들이다.
안 지사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함께 친노(친노무현) 직계로 분류된다. 그는 과거 ‘우(右)광재 좌(左)희정’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필했다. 또 문 의원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충남 유세에서 안 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띄우며 ‘충청 대권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안 지사의 가장 큰 강정으로는 견고한 도정수행 지지도를 들 수 있다. ‘서울신문’이 지난 2일 발표한 광역단체장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광역지역별 ±3.98~4.37%p) 결과에 따르면 안 지사의 도정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67.1%로, 부정적 평가 22.3%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안 지사는 여성(71.8%), 40대(79.0%), 학생(83.7%) 등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었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노 전 대통령과 지지층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충청권에서 안 지사가 속한 민주당의 지지율은 초라한 수준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졌던 지난 1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p) 결과를 보면 대전·세종·충청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19%를 기록, 새누리당(48%)의 3분의 1에 그쳤다.
이 같은 점들로 미루어 안 지사는 민주당의 후보로서가 아닌 현직 충남지사로서, 또는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 나름대로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70%에 육박하는 국정수행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후보와 양자대결 구도로 갈 경우에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 충청지역 언론사들이 잇달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지사는 여권 내 지지도 1위인 홍 의원은 물론 이 의원과 경쟁에서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매일’이 지난 17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8p) 결과에 따르면 안 지사는 홍 의원과 양자대결에서 39.2%의 지지율을 기록, 43.3%를 기록한 홍 의원에 4.1%p 뒤졌다. 이 의원(41.1%)과 대결에서는 1.4%p 차로 밀렸으며, 다른 후보들과 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이밖에 ‘중도일보’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8%p)에서 안 지사는 성 시장에 1.4%p, 이 의원에 0.4%p, 홍 의원에 4.2%p, 정 총장에 8.4%p 앞서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는 데에 그쳤다. 같은 날 ‘충청투데이’ 조사에서 역시 안 지사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이 같은 충남권 표심을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 소속이라는 한계 때문에 안 지사의 현역 프리미엄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충청권이 본래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인데다 여권 후보들의 경쟁력 또한 만만치 않아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안 지사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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