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안철수 '공포의 외인구단' 못만든다"
"신당 출현은 본의 아니게 야권분열로 작동할 수 있어"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3일 안철수 신당의 출현과 관련, “본의 아니게 야권분열로 작동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안 지사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새로운 정치질서는 많은 국민이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의 바람을 갖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야권, 또 진보진영 힘을 모으는데 같이 노력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자원이 아주 무한한 게 아니다. 5000만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리더십과 정치활동을 하는 분들의 자원이 무한정 있는 게 아니라서 옛날 이현세 선생의 책 제목처럼 갑자기 ‘공포의 외인구단’을 따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라며 “제한된 정치 인적 자원을 갖고 하는 정당 활동이라 기성 야권과 전혀 연대 없이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기에는 좀 힘들지 않겠느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 지사는 안 의원 측이 기존 야권과 여러 번 ‘정치공학적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데 대해서도 “‘정치공학’이라는 단어가 진심이 훼손될 수 있겠다는 우려를 한다면 기존 분들과 자꾸 대화하고 토론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누구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좀 더 좋은 상태로 이끌어내는 게 어떻게 보면 새로운 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 ‘안철수 신당행’이 도는데 대해 “민주당 당원으로서 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아도 당에 남아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며 “그런 말들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안 지사는 자신이 안 의원과 손을 잡고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 대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 “어떤 연유에서 그런 말들이 나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더라”면서 “기본적으로 야권과 진보진영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공학적으로 누구누구가 손을 잡는다는 말들은 지나친 이야기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장자 발언', 20년 전부터 했던 얘기" 확대해석 경계
인재영입에 나선 안철수 신당 인사들은 앞서 안 지사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내보인 바 있다.
류근찬 전 의원은 지난달 17일 한 언론매체에 출연해 “안 지사가 재선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금 10% 안팎을 달리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세를 가지고는 굉장히 위태롭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이계안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일 기자단 오찬 자리에서 “안 지사는 폭넓은 생각을 가진 듯하다”면서 “안 지사에게 시간을 주면 (1인자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외에 안 지사는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장자 발언’에 대해선 “20년 전부터 정당생활을 하면서 해왔던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안 지사는 지난 12월 17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도정 결산 송년 기자회견에서 “정신적으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장자라는 자부심이 있다”, “집안을 이어나가는 맏이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고 언급해 대권포부를 밝혔다는 해석이 돌았다.
그는 “내가 했던 말은 아마 민주당 당원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포부와 마음으로 당원생활을 하고, 정당생활을 하고,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그것을 굳이 그렇게까지 연관시켜 해석하는 걸 보면서 많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안 의원 측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안 의원 측이 민주당의 직·간접적인 ‘손잡기 제안’을 여러 차례 거부한데다 당의 심장인 호남 지역을 흔드는데 대해 더 이상 유화정책을 쓰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호남과 광주정신은 민주당의 근간이고 뿌리”라며 “어떤 소위 ‘뜬 분위기’에 대해 우리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또 “안철수 신당의 도전이 있지만, 담대하고 당당한 자세로 민주당의 정신과 정책적 노선을 갖고 국민에게 평가받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광주와 호남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민주당이 과연 존재할 수 있었겠느냐는 점에 있어 우리는 늘 깊이 성찰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최종적으로는 워낙 깊은 뿌리를 갖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다시 모아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야권연대에 대해서도 “신당이라는 새 변수가 막 시작되는 상황에서 연대론이나 연대의 필요성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현실적, 정치적공학적 이유로 연대이야기를 하는데 대해 이미 국민이 상당히 식상해있기 때문에 우리는 민주당 나름대로의 자세와 신념을 갖고 당당한 자세로 우리의 길을 걸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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