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카드 분사… 하나SK카드와 합병 수순?
외환은행의 신용카드 사업부문이 떨어져 나온다. 사실상 하나SK카드와 합병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SK카드와 분사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신용카드 사업부문을 분리해 신설회사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분할목적으로 향후 하나SK카드와 통합을 통해 카드사업의 경쟁력을 높인다고 명시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중복비용 절감, 제휴 협상력 강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양사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하나금융지주 아래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두 개의 카드사가 존재해 합병 얘기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외환카드 시장점유율 3.1%와 하나SK카드 4.5%를 합치면 7.6%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다. 결과적으로 단숨에 꼴지에서 카드업계 5위가 된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알짜 사업을 무상으로 하나SK카드에 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동조합 전문위원은 "외환카드 입장에선 합병할 이유가 없다"며 "시너지 효과를 위한 합병이라고 겉으로 포장하지만, 실제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환은행에서 6420억원을 당겨쓰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의 신용카드 사업부문의 분할방식은 '인적분할'이고 자본금은 약 6420억원이다. 따라서 합병이 이뤄지면 그만큼 하나SK카드의 자본이 늘어난다.
이어 김 전문위원은 "외환은행 신용카드 사업부문은 해마다 흑자를 기록했다"며 "적자를 내는 부실한 하나SK카드와 합병한다는 것은 두 눈 뜨고 돈을 뜯기는 것과 만찬가지다"고 각을 세웠다.
이와 관련 하나SK카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지금은 별도 회사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렸다.
이어 그는 적자 기업이라는 주장에 "분사 이후 초기 투자비용으로 적자가 생긴 것"이라며 "올해부터 흑자를 기록해 적자 성장에서 벗어났다"고 바로잡았다.
금융감독당국은 외환은행 노조 주장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접수된 내용은 없다"면서 "합병 이유가 양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하나금융지주나 SK텔레콤의 증자도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적절성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선 레버리지 비율(자본 대비 자산비율) 제약으로 하나SK카드가 외환카드 인수하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7월부터 하나SK카드는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SKT로부터 휴대폰 단말기 할부대금 채권을 받지 않았다. 이전까지 하나SK카드는 SKT에서 휴대폰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한 대금을 넘겨받아 간접 투자 등으로 수익을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의 자본 대비 자산비율을 6배 이내로 제한하면서 하나SK카드의 주 수입원이었던 휴대폰 단말기 할부채권을 넘겨받지 못했다"면서 "하나SK카드 레버리지 비율은 한때 14배에 이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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