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금융결산]보험업 '역마진·RBC규제' 우울한 세밑
보험업계, 올해 이어 내년 RBC규제 강화 이슈 부각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저금리·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보험업계는 역마진과 지급여력(RBC)비율 관리에 비상이 걸리며 저금리 파고의 역경을 맞았다.
올해 소비자보호 강화에 역점을 뒀던 기조가 내년 들어 더욱 견고해 질 것으로 보여 민원 감축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일환 중 하나인 '소비자보호원(가칭)'의 등장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간 금융산업의 위축 등을 우려해 금융당국에서도 금융기관의 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등 배려가 컸지만 내년부터 소비자 중심의 민원 해결이라는 시각은 금융기관의 민원 해결을 더욱 옥죌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악화로 역마진 몸살을 앓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금리역마진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4~9월 현재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4%로 2012 회계연도(2011년4월~2013년3월)의 4.7%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들의 보험 적립금 평균 이율은 5.0%로 0.6%포인트 낮아 이자율차 역마진 상태다.
다만 전체 보험회사의 보험료적립금 대비 운용자산 규모를 반영한 수정운용자산이익률(5.2%)은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5.0%)보다 높아 이자율차 손실 부담은 거의 없다.
하지만 생보사의 경우 수정운용자산이익률이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걱정이다. 생보사는 지난 2000년 3월 이전 판매한 고금리(6.5% 이상) 확정잉률 계약이 적립금의 상당부분(110조7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손보사는 고금리 계약이 적고(4조1000억원) 대부분 상품을 금리연동형(90.4%)으로 운용하고 있어 생보사보다 역마진 리스크 관리가 용이한 점이 위안거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자산운용의 비율을 줄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자산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묘수를 찾고 있는 중"이라며 "내년 역시 위험 투자 분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복해 나가는 자산운용의 다양성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보험업계가 내년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RBC 규제 강화다. RBC(Risk Based Capital)는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서 보험회사의 경영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금감원은 신뢰수준 상향 조정에 대비해 RBC비율이 200% 이상을 안정적으로 보고 있다. 9월말 현재 보험사 RBC비율은 285.5%로서 전분기(273.7%)보다 11.8%p 상승했다.
이 기준에 미달하는 손보사는 한화손보(133.1%), 현대하이카(135.5%)를 포함해 흥국화재, 현대해상, LIG손보, 악사손해, 더케이손보 등 7개사다.
생보사의 경우 우리아비바생명(155.4%)가 RBC비율이 가장 낮았다. 흥국생명(165.5%), 현대라이프9170.9%), KDB생명(173.4%), 카디프생명(186.8%) 등 5개 등이다.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보험업계에선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 열풍이 불었다.
메리츠화재는 올해 4월 55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9월 들어 246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현대라이프는 지난 6월과 8월 각각 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생했으며 KB생명은 지난 7월 1800억원을 증자했다. KDB생명은 9월 1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하이카다이렉트는 30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했다.
생명보험 관계자는 "금리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손과 신용리스크 악화를 내년 사업전략에 리스크 관리 강화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면서 "보헙업계에서 RBC비율 관리를 위해 후순위채권 발행과 리스크량 축소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유독 보험사들이 매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쏟아졌다. ING생명, LIG손해보험, 우리아비바생명 등이 시장에 나왔다.
ING생명은 사모펀드(PEF) 논란 속에서도 MBK파트너스의 품에 안겼다. 정부당국은 MBK파트너스가 대주주가 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인수에는 MBK파트너스의 조건제시가 큰 몫을 했다. 앞으로 2년간 ING생명을 재매각하지 않고 고배당 역시 제한을 받도록 했다.
LIG손해보험 인수전도 가열되고 있다. 중하위권 보험사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LIG손보를 안게 되면 2위권 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첫 인터넷 생명보험사의 등장도 눈에 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이달 초 영업을 개시하면서 오는 2016년까지 보유고객 10만명을 목표를 세웠다.
KDB생명, 현대라이프,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등도 인터넷 전용 상품을 출시하면서 저렴해진 보험료의 선택폭이 넓어져 금융소비자들의 혜택이 늘게 됐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