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6월 지선 승리하려면? "'종북' 잡아라"
'지선 전망' 토론회서 전문가들 "보수화된 민심에 적절히 대응해야"
민주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전(戰)에서 승기를 거머쥐려면 종북(從北) 논란 등 안보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2014년 지방선거의 전망과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과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민주당의 지선 승리 핵심요건으로 보수화(化)된 민심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야당 측 핵심정책이었던 ‘경제민주화’를 선점해 기존 보수층은 물론 반(半)보수·반진보로 갈팡질팡하던 중도층을 끌어안았던 전략을 활용해보라고 조언한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현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과 지난 총선 당시 종북 논란이 일었던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했던 문제 등으로 ‘보안 취약 정당’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윤 센터장은 “최근 본인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며 “근래 (조사된) 주관적 이념성향 흐름을 보면 진보 비율이 20% 내외로 보수 비율에 비해 10%p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때는 진보 비율이 높아지다가 인기가 떨어진 뒤 진보 진영이 평가받는 국면이 되면서 ‘진보’라고 응답하길 꺼려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윤 센터장은 또 대북정책에 대한 방향도 과거에는 ‘평화 중시’ 현상이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사회 보수우위 구도를 증명해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채 교수도 “민주당이 현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선 새누리당에 뺏긴 중도·무당파를 데려와야 한다”면서 좌우를 아우르는 전략인 ‘트라이앵귤레이션(Triangulation·삼각화)’ 전략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른바 ‘삼각화 전략’은 상대당의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고 반대하는 게 아니라 두 이념을 적극 흡수해 융합, ‘새로운 중도층’을 창출해내는 전략이다.
채 교수는 “중도 유권자층과 중산층을 두껍게 견인할 수 있는 제3의 이슈와 정책을 선점해야 한다”며 대표 예시로 통진당과의 야권연대를 금지하고, 종북몰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이슈나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헌법적·반윤리적 범위행위와 관련된 의원·정당에 대한 특혜와 특권 방지법’(가칭) 등을 제안하면서 민주당이 보수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채 교수는 ‘삼각화 전략’이 기존 지지층으로부터 “선명성이 없어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박근혜정부 중간평가' 실현 어려울 수도…'안철수 신당'도 승리 걸림돌
아울러 이날 토론회에선 민주당이 지난 10.30재보궐선거에서 내걸었던 ‘박근혜정부 중간평가’가 이번 지선에서도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토론회 인사말에서 “내년 6.4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 불통정치에 대한 중간평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조 지선기획단장도 “이번 지선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태, 정권심판 구도에 주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센터장은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0% 중반대에서 완만한 하락세를 겪고 있는데 정치적 기반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며 “박 대통령은 독자적 지지층이 협소한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모델’보다는 한쪽 지역에서 독보적 후보였던 ‘김영삼·김대중 모델’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채 교수도 “박 대통령은 (민생, 안보와 같은) ‘여러 자원들’을 갖고 있어 선거를 잘 치를 것”이라며 “민주당이 잘 대응하지 않으면 대패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민주당이 여권과의 샅바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후퇴 논란이나 철도 민영화 논란 등으로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의 지선 승리 걸림돌로는 ‘안철수 신당’이 꼽혔다.
‘안철수 신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을 제치고 새누리당에 이어 2위를 도맡아 하고 있다. 최근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은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여의도에 사무실을 냈다. 오는 26일에는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신당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 민주당의 촉각은 예민하게 곤두서있는 상태다.
윤 센터장은 “향후 정권심판과 정치불신 중 어느 쪽으로 기류가 커지느냐에 따라 민주당의 승패가 좌우된다”며 “정권에 대한 대립각이 강하게 형성될수록 민주당의 존재감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의지를 다졌다. 그는 인사말 중 당 내부를 향해 박근혜정부에 대한 반사이익을 바라는 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민주당은 스스로의 힘으로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정면돌파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선에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 선을 긋고 있는 안 의원 측을 겨냥한 것으로도 읽혔다.
김 대표는 또 “선거에 왕도는 없다”며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선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민심을 얻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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