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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등에 업고 '갑질'하는 여신금융협회


입력 2013.12.23 13:59 수정 2015.06.24 12:01        윤정선 기자

카드사 의견도 제대로 반영 못하는 여신금융협회… 갑을관계만 '조장'

소통없는 밴사와 수수료·전표수거 갈등 불씨만 키워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놓고 카드사와 밴사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금융권의 모피아 챙기기의 비난을 비껴가지 못했던 여신금융협회판 '갑의 횡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신협회의 일방통행식 소통에 카드사와 밴사간 '수수료·전표수거' 갈등의 불씨를 키웠고 여신금융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협회의 역할마저 방관한 채 갑을관계만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모피아(옛 재정부 출신)' 출신인 김근수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이 여신금융협회 수장자리에 앉으면서 동종업계의 불신마저 커가고 있다.

심지어 밴사와의 수수료 체계 개편이나 종이전표 수거 등 관련 업계와 민감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은 채 '금융위원회'를 들먹이며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여신협회의 독단적인 사업 추진이 '모피아'의 세력을 위시하며 갑 노릇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근 벌어진 종이전표 수거 업무의 특정업체 몰아주기 논란이 단적인 예다.

23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신협회는 가맹점과 계약을 맺은 각각의 밴(VAN)사가 운영했던 종이전표(영수증) 수거 업무를 밴사 중 하나인 (사)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에 일괄적으로 맡기기로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10년에 설립된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자본금 8억원, 15명의 사원을 거느린 밴사 중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축에 속한다.

지금껏 종이전표 수거업무는 밴사 고유의 업무였으며 수익원의 일부다. 카드사는 전표 수거 대가로 밴사에게 결제 건당 수수료를 지불한다. 이같은 이유는 카드사가 카드 결제 이후 문제 발생 소지 가능성때문에 증빙용 명목으로 전표를 일괄 수거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카드 결제 시 수수료 발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편의점이나 음식점과 같은 가맹점이 카드사에 주는 '가맹점 수수료'이며 또 다른 하나는 카드사가 결제망을 제공한 대가로 밴사에 주는 '밴 수수료'다.

일례로, 편의점에서 1만원을 카드결제하면 가맹점은 카드사에 결제금액의 대략 2%인 200원을 카드사에 준다. 다시 카드사는 밴사에게 결제금액의 상관없이 113원 정도를 카드단말기 같은 결제망을 제공한 대가로 밴사에게 지불한다. 113원 중 30원이 종이전표 수거 명목으로 포함된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방안의 일환"이라며 "한 업체에 종이전표 수거업무를 맡김으로써 밴 수수료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가맹점 수수료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신협회의 비용 절감 규모는 예상치인 30원보다 10% 낮은 27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밴사, 카드사는 물론 금융당국은 일방적인 결정보다 공개 입찰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은 조치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폄하했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이는 명백한 일감 몰아주기다"며 "만약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해 한 업체에 종이전표 수거 업무를 맡기려면 공개입찰을 해야지 왜 수의계약을 하느냐"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할 뜻을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일부 국회의원이 여신협회와 수의 계약을 한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와 연관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여신금융협회는 "수의계약은 충분한 기간을 통해 검토한 사안"이라며 "이는 '밴 수수료 체계 개편 도입 방안' 중 하나"라며 되풀이했다.

카드업계에서도 종이전표 수거 방안이 수수료 절감 효과에 의문부호를 던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종이전표 수거료가 전체 밴 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며 "또한 이를 고작 3원 낮춘다고 해서 전체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어차피 IC칩 단말기가 보급되면 종이전표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종이전표가 나오는 단말기가 많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번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맞물려 카드사와 밴사의 관계에 있어 여신협회가 주도적으로 '갑을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밴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와 밴사의 관계는 갑과 을이다"며 "만약 수수료 문제만 불거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카드사 비위를 맞춰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우리가 여신협회에 불만을 표현하는 이유는 카드사도 협회 방안을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실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도 실효성 없다고 생각하는 방안을 여신협회가 추진하는 이유는 결국 여신협회에 뿌리내린 모피아의 피해"라고 귀띔했다.

여신금융협회장은 연봉 4억원에 임기 3년이 보장돼 퇴임했거나 퇴임을 앞둔 금융권 고위인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자리다.

또한 그는 "이전에는 협회장을 각 카드사가 비상근직으로 카드사 사장이 돌아가면서 했다"며 "하지만 이전 회장때 부터 상근직으로 고액연봉을 받는 정부 관료 출신이 자리를 잡으면서 카드사 목소리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언했다.

이를 뒷받침 하듯 밴 업계 관계자는 "여신협회가 자신들의 방안이나 의견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게 곧 금융위원회 의견이다', '금융위에서도 이렇게 할 것이다'고 엄포를 냈다"고 전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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