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VS 밴사…영수증 수거 업체 선정 '제2라운드'
특정업체 몰아주기 논란에 "충분한 시간 갖고 결정한 사안"
수수료에 이어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영수증 종이를 놓고 카드사와 밴(VAN)사간 양보없는 제2라운드 양상을 띠고 있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신금융협회는 캣(CAT) 카드 단말기에서 출력되는 영수증 수거업무를 특정 밴사(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에게 맡겨 일괄적으로 수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영수증 수거업무는 각각의 밴사 고유의 업무였다. 이에 한국신용카드밴협회와 타 밴사는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다며 발끈했다.
밴사는 전표 수거 대가로 카드사로부터 결제 건당 30원을 받는다. 카드사는 카드 결제 이후 문제가 발생 소지 때문에 증빙용 명목으로 전표를 수거한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전표 수거는 밴 대리점의 주 수입원"이라며 "이를 한 업체에 몰아준다면 우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생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카드사의 전표 수거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카드사가 전표를 수거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 현대카드는 지난 8월 밴사로부터 전표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이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현대카드측에서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사가 영수증을 수거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를 모두 책임진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여신금융협회가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에 공동수거 업무를 맡긴 것은 가맹점 수수료를 줄이기 위한 개편방안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1월 'VAN 수수료 체계 개편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 중 하나로 종이전표 공동수거해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알린 바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가 카드사에게 낮은 수수료를 받고 전표 수거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는 종이전표 수거 비용으로 카드사에 건당 27원을 받을 예정이다. 기존 수수료 30원보다 10% 줄었다.
하지만 밴협회는 수수료를 낮출 계획이라면 일방통행식 결정보다 공개 입찰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밴협회는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와 여신금융협회의 계약 방식도 문제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 사무국장은 "종이전표 공동수거로 수수료를 낮추려면 밴사 간 경쟁을 유도해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임에도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와 수의 계약을 체결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로선 일감 몰아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를 종이전표 공동수거 업체로 선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여신협회의 이번 결정이 수수료를 낮추는데 효과가 없거나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밴사에게 지급하는 전표 수거료를 3원을 낮춘다고 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추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으로 IC카드 단말기 도입으로 일 년 내 종이전표가 발생하는 카드 단말기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봤을 때 여신금융협회에 이번 결정은 카드사와 밴사의 밥그릇 싸움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수거할 종이전표도 없는데 공동수거로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건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공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한 것에 대해서 여신금융협회의 자체적인 판단과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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