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나도 대선패배 책임자, 국민께 죄송하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8대 대통령선거 1주년인 19일 “작년 대선의 경우, 결국 나도 대선패배의 책임자”라며 “국민께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부산 광장호텔에서 열린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부산 설명회’에서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의원에게 야권대선후보 자리를 양보한 게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는 기본적으로 후회하지 않는다”며 “과거 일에 대해 성찰은 꼭 필요하지만, 그때 감정소비에 대한 후회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이같이 문 의원과 야권 대선패배에 대한 짐을 함께 짊어지겠다고 하면서도 자신과 문 의원의 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은 향후 문 의원과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느냐는 질의에 “우리가 새정추를 출범시킨 이유는 증오와 반목과 대립의 기존 정치의 틀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이런 생각들과 같은 분들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말씀을 나누고 협조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분명하고 단호하게 선을 긋고 우리들은 우리들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자가 되기에는 유약한 이미지”라는 평을 반박하는 과정에서도 문 의원과 에둘러 거리를 뒀다.
그는 다양한 직업을 ‘결단’했던 사례들을 언급한 뒤 “내 평생 결단 중 제일 힘들었던 결단이 대선후보 사퇴”라며 “만약 그 상황이 되어본다면 누구나 알텐데 내려놓는 건 굉장히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 나름대로는 솔로몬의 재판에서 생모의 심정이었다. 그래서 내려놨다”며 “그런 것들이 결단이었고, 계속 결단하는 삶을 살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 의원은 이날 설명회에서 여권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야권과는 거리를 두면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부산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한국정치의 혁신은 부산에서 시작돼야 한다. 무엇보다 부산은 지난 90년에 이뤄진 ‘3당 합당’의 정치적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3당 합당 이후 부산은 20년 이상 특정 정당의 절대적 아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정당을 위한, 하나의 정당에 의한 부산의 20년 자화상, 초라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20년 이상 한 정치세력에게 부산의 발전을 맡겨온 지금 부산시민 여러분들은 과연 행복하시냐. 정말 안녕들하시냐”라며 “이 자리에서 분명히 부산시민은 요구해야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부산 발전 전략의 로드맵을 당장 제시해야 한다. 벌써 잊혀져가려는 부산 발전 대선공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킬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의 기본은 신뢰인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권이라면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도 쏘아붙였다.
안 의원은 이어 “부산은 새로운 정치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정치세력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새로운 주도세력을 세워야 한다”며 “일부 야당의 목소리가 있지만, 부산을 대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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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34년 전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민주화의 횃불을 높이 들었던 부산의 기상과 기개는 오늘의 새정치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며 “숭고한 정신과 충정이 정치의 열망으로 다시 태어나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새정치를 알리는 봉화대가 돼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내년 6.4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군을 여러 명 만나고 있다면서 “부산시 곳곳에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인프라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며 “이것을 제대로 잘 엮어서 창조적으로 만드는 게 부산 행정을 책임지는 시장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어떤 분이 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굉장히 많이 바뀔 가능성이 많은 도시가 부산이라고 믿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안 의원은 공개적으로 인재를 모집한다고 알렸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국민추진위원’으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 드린다”며 “새정치의 취지에 동감하고,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분이라면 어떤 분도 가입할 수 있다”며 “우리 홈페이지를 통해서나 다음 주 월요일(23일) 정도엔 (새정추)사무실이 열리니 전화나 팩스, 방문도 좋겠다”고 소개했다. 김효석 새정추위원장은 “(참가한 들은) 창당 과정서 본인이 희망하면 발기인이 될 수도 있고, 당원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처럼 SNS기반이 넓은 나라는 없다. 그런 정당을 계획하고 있다”거나 신당의 정체성을 오는 21일부터 시작될 새정치TFT 활동을 통해 정리한 후 알리겠다고 귀띔했다.
한편, 지난 대선 당시 야권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을 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공식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도 조용했다. 이외에 민주당 18대 대선 경선 후보를 지냈던 손학규 상임고문 측도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개인일정 외에 다른 일정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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