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유은혜 '대자보'에 당내서도 "모욕적이다"
대학가 '안녕들 하십니까'에 정치권 무책임 편승 지적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의 열기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두 의원이 이를 인용한 대자보를 국회 안에 게시하면서 ‘무책임한 편승’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8층 게시판과 10층 1002호 벽에는 각각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들하십니까라고 묻는 아들·딸들에게’라는 말로 시작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민주당 소속 원혜영·유은혜 의원이 전날 흰색 전지 두 장에 걸쳐 자필로 작성한 것을 자신의 의원실이 위치한 층에 게재한 것이다.
원 의원은 “나 역시 안녕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라며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나 역시 다시 뛰겠다. 고맙다”고 말했다.
유 의원 역시 “고작 이런 세상 밖에 주지 못하는 것인가 부끄럽고 미안해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민주주의자 김근태 2주기 추모행사 ‘민주주의, 안녕하십니까?’를 준비하던 중에 여러분의 대자보를 보았다. 안녕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은 나도 안녕하지 못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의원도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대자보든 다른 것이든 표현할 수 있다”고 답했고 또다른 의원도 “그럴 수도 있다. 거기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의원들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당 안팎에서 ‘의원으로서 무책임하고 유치하다’는 분노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젊은이가 말하는 문제의 본질이 뭔지, 우리(의원)가 왜 제대로 못하고 있는지 의원으로서 고민을 해야지 대자보나 따라 쓰고 있느냐”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성토했다.
그는 먼저 “대자보란 일반 시민이나 학생들이 대중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국회의원은 의원총회나 방송, 게시판 등 얼마든지 제도적인 통로를 이용할 권한이 많은데 대자보나 쓰고 앉아있느냐”며 방식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이어 “의원이라면 이미 문제제기를 넘어 구체적인 해결을 위해 일을 해왔어야 했다. 그러라고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은 것 아니냐. 우리는 그 목소리를 담아서 일을 해야지 호소할 게 아니다”라면서 “그럼 이때까지 의원으로서 그런 고민을 안했다는 건지. 난 솔직히 굉장히 모욕적이다”라고 못 박았다.
특히 그는 “평소에 그런 사회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고 달성하기 위해 의정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두 의원에게) 묻고 싶다”라며 “의정활동으로 국민 불만을 받아내서 소화시켜야 할 책임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무책임하게 대자보를 써서 갖다 붙이면 다인지. 그래서 해결이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기관으로서 문제를 해결해야할 주체인 국회의원이, 일반 시민이 붙인 대자보에 편승해 자신의 자리와 신분을 망각한 데 대해 ‘무책임한 처사’라는 쓴 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그는 통화 말미에 “흥분해서 죄송하다. 내가 너무 답답해서 그렇다”고 웃으면서도 “국민이 우리(의원)를 향해 하는 게 데모나 대자보인데 그 옆에 우리가 같이 껴서 이러는 게 맞는 건가 묻고 싶다. 그래놓고 그걸 가지고 위안을 삼다니, 아무리 야당이지만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느냐”라고 개탄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 역시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에는 공감과 책임을 표하면서도 “국민의 대표란 사람들이 대학생들 하는 걸 좇아서 대자보 붙인다는 건 점잖지 못하고 가벼운 행동”이라며 혀를 찼다.
그는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서 국회 내에서 정책이나 법 등을 통해 국민 아픔과 고민, 시름을 구체적으로 덜어주는 사람들이다”라면서 “그렇게 시류에 편승해서 가볍고 점잖지 못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의원에게 주어진 충분한 방법과 통로가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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