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빈익빈 부익부’ 한화…일방적 재계약 가능한 이유


입력 2013.12.16 10:04 수정 2013.12.16 15:5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FA 시장서 정근우-이용규 등 200억원 퍼부어

'돈 쓸줄 아는 구단' 이미지 기존 선수들 박탈감?

'만년 꼴찌' 한화는 정근우 등 FA 영입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 ⓒ 연합뉴스

한화 이글스는 이번 스토브리그를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 팀 가운데 하나다.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무려 네 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던 독수리 군단은 성적 반등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코리안특급 박찬호와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을 영입한데 이어 올 시즌에는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을 선임, 대대적인 팀 정비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한화의 올 시즌은 처음부터 연패 늪에 허덕이며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프로야구 첫 9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시즌을 마쳤다.

그래도 믿을 구석은 있었다. 에이스 류현진이 남기고 간 200여억원의 유산(포스팅 비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화는 이 자금으로 FA 자격을 얻은 정근우와 이용규를 데려오는데 성공했고, 팀 내 FA였던 이대수와 한상훈, 박정진도 눌러 앉혔다.

5명의 FA를 잡기 위해 들어간 돈은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정근우(4년 70억원)와 이용규(4년 67억원)는 FA 보상금을 포함해 160억 3000만원이 들어갔고, 이대수-한상훈-박정진에게도 41억원을 안겨 총 201억 3000만원을 썼다. 물론 4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지만, 올 시즌 한화의 팀 연봉이 44억 84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치 팀 연봉을 5명의 선수들에게 쏟아 부은 셈이다.

앞서 한화는 지난해 김태균과 연봉 15억원의 계약을 맺자 팀 연봉이 75.6% 상승한 50억 2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홀로 한화 전체 연봉의 30%를 차지한 김태균이다. 그러면서 기존 선수들의 박탈감이 상당했다는 후문이 이어졌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단의 자금이 풍부하니 혹시나’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팀 내 FA였던 이대수, 한상훈, 박정진도 계약을 맺기 전까지 몸값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일 수 있다. 대부분의 팀들은 개인성적을 인사고과의 최우선으로 책정하지만 팀 순위도 적지 않게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승 또는 가을 잔치에 참가한 구단이 재계약 과정에서 ‘프리미엄’을 얹혀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기존 한화 선수들의 연봉 상승 요인은 사실상 ‘제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는 올 시즌도 꼴찌에 머물렀고, 일부 선수들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러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혹평도 받아야 했다. 투수 쪽에서 송창식 정도를 제외하면 전원 연봉 동결 또는 삭감을 해도 전혀 아깝지 않은 한화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는 구단 운영권을 손에 쥐자마자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손을 쓴 부분이 선수들의 연봉이었다. 이 과정에서 베테랑인 전준호, 송지만 등 고액 연봉자들의 몸값이 크게 깎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장석 대표가 마냥 돈을 아끼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FA 이택근을 4년간 5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영입한데 이어 소위 ‘잘한 선수’에게는 큰 폭의 연봉 인상률을 안겨줬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오른 올 시즌은 훨씬 더 파격적이다. 2년 연속 MVP에 오른 박병호를 비롯해 손승락, 강정호, 김민성 등이 이미 내년 시즌 재계약을 마쳤다. 이들은 하나 같이 “예상치 못한 액수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주축 선수들과의 재계약을 가장 뒤로 미루는 기존 구단들과는 분명 다른 행보다.

이렇다 보니 다른 선수들도 신이 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이룬 결과물에 대한 보상이 달콤하기 때문이다. 야구는 희생이라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대개 선수들 개인 기록이 좋아야 팀 성적도 살아나는 스포츠다.

한화 역시 최근 몇 년간 공격적 투자로 인해 ‘돈을 쓸 줄 아는 구단’이란 이미지를 갖게 됐다. 기존 선수들도 이를 인식해 보다 팀 성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그러한 작업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구단 측에서 자꾸만 외부로 눈을 돌리고, 기존 선수들에게 인색했던 이유다. 현재 한화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는 땀을 흘리는 과정이 아닌, 땀을 흘려 만든 결과물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