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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간부숙청 때마다 ‘1호영상’ 삭제 이유가...


입력 2013.12.11 11:16 수정 2013.12.11 11:24        김수정 기자

단순 보직 해임 아닌 ‘반당 반혁명적 행위’에 준하는 '중죄' 지었을 때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라는 제목으로 전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장 부위원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는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전했다.ⓒ연합뉴스
북한이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1호 영상’에서 그의 모습부터 삭제시킨 이유는 북한에서 가장 중범죄로 분류되는 ‘반당 반혁명적’ 혐의를 씌웠기 때문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7일 공개한 ‘위대한 동지’ 중 제1부 ‘선군의 한 길에서’이란 동영상에서 김정은 주변에 있던 장성택의 흔적이 모두 지워져 있었다. 이 화면이 공개된 시점은 아직 장성택의 실각이 공식 보도되기 전이었던 만큼 북한당국은 간부를 해임할 때 반드시 기록영상부터 삭제하는 식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최고권력자의 통치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나 중대범죄로 처형된 고위인사는 기록영화나 각종 발행물에서 사진을 삭제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일성 주석의 둘째 부인이었던 김성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이후에 각종 영상과 발행물에서 모습이 사라졌고 일부 책자에는 김성애의 사진만 흰색으로 비우기도 했다.

또한, 북한은 1969년 당시 김창봉 민족보위상과 허봉학 총정치국장을 숙청하고 그들이 나온 이른바 ‘1호 사진’에 까만 먹칠을 한 뒤 재배포한 적이 있다. 2010년에는 화폐개혁 실패로 숙청된 박남기 전 노동당 부장도 북한에서 공개되는 모든 사진과 영상에서 모습이 사라진 바 있다.

이처럼 북한에서 고위 간부가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등 최고 지도자와 찍은 사진 ‘1호 영상(사진)’에서 삭제됐다는 것은 단순한 보직 해임이 아닌 ‘반당 반혁명적 행위’에 준하는 중죄를 지었을 때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북한에서 ‘1호 영상(사진)’ 등 기록영화 삭제된다는 것은 북한 내 모든 출판물에서 해당 인물의 사진과 이름이 지워지는 것을 의미하며 각 마을의 출판물보급소에서 각 세대를 돌며 관련 출판물을 몰수하거나 일부 기록된 부분을 제거한다 한다.

또한, 기록영화에서 흔적이 사라지는 것은 본인은 물론 일가족 전체가 추방되거나 심지어 공개처형 또는 정치수용소에 붙잡혀 갈 가능성도 높으나 장성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딸인 김경희의 남편인 점을 감안했을 때 그 정도 수위는 뒤따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본보에 올해 초 처음으로 장성택의 실각설을 제보한 대북소식통은 “이번에 북한당국의 행태를 볼 때 사실상 장성택의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은 ‘반당 반혁명적’ 행위와 같은 정치적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만 ‘1호 영상(사진)’에서 지워버린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어 “가령, 과거 최룡해 총정치국장이나 리영호 전 총참모장도 해임되면서 일부 사진에서 모습이 삭제된 적은 있지만 ‘1호 영상’에서 모조리 지워지지는 않았다”며 “특히 리영호의 경우, 당시 실각 이유가 정치적 문제보다는 신변 관련 문제였기 때문에 모든 ‘1호 사진’에서 삭제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하지만 장성택의 경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인데도 ‘반당 반혁명적’ 이유로 숙청된 만큼 ‘1호 영상’에서 지워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며 “사실상 모든 권력을 박탈당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에 북한이 그동안 남한 언론 등에서 ‘2인자’로 부각됐던 장성택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시키고 이를 여과없이 전한 것과 관련, 일종의 김정은 식 ‘간부 길들이기’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집권 2년을 맞이한 김정은은 집권 초 비교적 수동적인 모습에서 탈피, 자신의 권력을 부각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현재 북한 당·군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이것을 단호하게 처리하기 위해 ‘장성택 해임 카드’를 본보기로 사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즉, 김정은은 장성택은 물론 어떠한 고위 간부라도 자신에게 반하는 반당적 행위를 자행하는 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처벌하겠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아마 북한은 장성택 실각 이후 당분간 별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수개월 내 새로운 권력층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며 “장성택은 그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이미 북한에서 대대적인 권력 재편이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며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일체 칭호를 박탈하며 우리 당에서 출당, 제명시킬 것에 대한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장성택 일당은 당의 통일 단결을 좀먹고 당의 유일적령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반혁명적종파행위를 감행하고 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 막대한 해독을 끼치는 반국가적, 반인민적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히며 장성택의 숙청을 공식 인정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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