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앞바다는 지금 중국-일본 배들이 점령했다
이어도 과학기지 연구원들 전화통화 "평온하지만..."
전문가 "실효적 지배하고 있으니 영토분쟁화 말아야"
“여전히 하루에 중국 어선이 2~3척씩 나돌아 다녀요.”
지난 26일 오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머물고 있는 하윤철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유지보수 담당인 하 씨는 한 달째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재 이어도 주변 분위기에 대해 묻자 “이어도 기지는 평온하다”고 했다. 이어도 기지 사람들이 말하는 ‘평온’은 중국과 일본의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상황을 말한다.
지난 2010년엔 이어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선박 인양작업을 하던 한국 업체의 작업 현장에 중국 관공선이 나타나 작업 중단을 요구하는 등 수차례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중국 어선이 이어도 인근까지 접근해 낫을 들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는 중국 영해”라며 사사건건 딴죽을 걸었다.
최근 들어선 이 같은 ‘무력시위’는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는 연구원들과 조사원, 유지보수팀 등 10여명이 오가며 우리나라 ‘최남단’을 지키고 있다. 이들을 위협하는 것은 높은 파도와 거센 바람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중국이 이어도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 일부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어도 기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그동안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연례행사처럼 매년 이어도 도발을 해왔고, 이들에겐 익숙해져 내성이 생긴 상황이다.
“우리가 이어도 기지를 잘 관리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게 최선 아닌가요. 중국과 일본이 수시로 도발하고 자기들 영해라고 우기지만, 우리가 이렇게 해양과학기지를 세워서 관리하는데 자기들이 어떻게 하겠어요. 안 그래요?”
독도는 우리땅! 이어도는?…'무관심 속 이어도 지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어도를 둘러싼 논란에서 중요한 쟁점은 ‘해양주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적으로 관할권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해양주권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킨 것은 해양주권을 주장하기 위한 ‘신호탄’성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논란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중국과 외교적 힘의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국제영토분쟁’으로 논란이 확산되면 우리에게 유리할게 없다는 설명이다.
이미 이어도는 우리나라가 실효지배하고 있다. 이어도는 제주의 마라도 서남쪽 149km에 위치한 암초로 우리 정부는 1951년 이어도에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새긴 표지판을 확인했고, 지난 2003년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했다.
당시 해양과학기지 건설 후 “중국과 일본은 땅을 치며 두고두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이어도가 황금어장이자 동아시아 해양을 가르는 비단길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뒤였다.
이어도는 인근 12개 대륙붕 광구 중 4광구 내에 있고, 1969~2005년 진행된 4광구 자원탐사에서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는 지점 3곳이 발견됐다. 또 인근에는 천연가스 72억t, 원유 1000억 배럴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쿠로시오 해류와 대마난류를 관측할 수 있는 중요한 길목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서태평양지역의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특성을 파악하고 예보하는데 중요한 연구자료를 생산한다.
중국 어선, 일본 순시선 이어도 해역서 '군침 흘리며 바라봐'
현재 우리와 중국은 이어도 해역을 둘러싼 배타적경제구역(EEZ. 해안선에서 370㎞ 이내의 경제주권이 인정되는 수역) 획정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이어도 수역을 놓고 한중 양국은 모두 해당 수역이 자국의 EEZ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도는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에서 149㎞, 중국에선 247㎞가 각각 떨어져 있어 우리쪽에 훨씬 가깝다.
이에 중국은 해안선 길이나 배후 인구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이어도 인근 해역에선 갈등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것. ‘이어도 하늘’ 사정도 비슷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중국 관용기는 올해 들어 이어도 상공에 37회 출현했다.
여기에 일본의 순시선과 정찰기도 이어도 해역 주변을 수시로 돌고 있다. 이어도가 갖는 국방, 영토, 자원 등의 미래가치를 파악한 일본은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염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의 방공식별구역(JADIZ)에 이어도는 물론 마라도 상공이 포함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짐에 따라 우리 정부가 해당 사안에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설정된 1969년에는 영해 기준이 우리 섬 또는 육지로부터 3해리(5.4㎞)였는데, 1982년 유엔해양법협의가 완성되면서 영해 개념이 12해리(21.6㎞)로 확장됐다”며 “그러다 보니 일본 JADIZ를 우리 영해가 넘어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우리 영해와 영공이 확장됐기 때문에 우리 항공기가 해당 상공에서 활동할 때 일본에 통보하지 않는다”며 “우리 영해이고 영공이기 때문에 통보할 의무도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방부는 이어도 상공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포함하는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 포함하는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는 “엄밀히 따져보면 중국이나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이어도 해역에 대한 우리의 관할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강경대응으로 우리나라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이어도를 국제영토분쟁으로 확산 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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