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입가구거리, 논현동 지고 청담동 뜬다
논현동매장 세일ㆍ임대 현수막 다수...청담사거리 중심으로 양극화
"수입명품가구는 이미 청담동으로 넘어온 지 오래됐습니다. 논현동은 중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하지만 청담동은 평균적으로 그레이드가 높고 고가 제품들이 몰려 있습니다."
한때 수입가구거리 1순위로 꼽혔던 논현동 가구거리를 찾은 지난 23일은 혼수철과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주차된 차들이 별로 없었다.
매장 안에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밖을 내다보며 고객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논현동 가구거리 곳곳에는 세일을 알리는 현수막과 임대문의 현수막이 보였다. 간판에는 이태리수입가구라고 써놨지만 국적 불명인 가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때 수입가구 1세대이자 메카로 통했던 영동가구와 한국가구는 여전히 논현동에 터를 잡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옛 명성을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나마 영동가구는 롤프벤츠, 히몰라라는 브랜드를 수입하며 수입가구업체의 명성을 지켜가고 있었다. 또 디사모빌리와 나뚜치도 논현동을 찾아야지 볼 수 있는 제품들이라 위안이 된다.
논현동에 가구거리가 형성된 것으로 1970년대로 보고 있다. 당시 인사동에 있던 가구업체들이 강남 개발바람을 타고 논현동에 터를 잡기 시작한 것.
당시 가장 먼저 이곳에 터를 잡은 곳이 영동가구이다. 이후 1999년 한샘이 직매장을 내고 바로크, 에넥스, 보루네오 등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논현동은 중저가부터 고가까지 파는 곳이 돼버렸다.
논현동에는 이름만 유지하고 있는 바로크가구, 대진침대 등이 여전히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같은 날 청담동사거리에서 청담역으로 이어지는 청담가구거리는 명품수입가구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화려해 보였다. 이곳은 가구업계의 불황 같은 말은 통하지 않을 법했다.
청담동에 가구매장들이 들어선 것은 이곳에 부유층들이 많이 사는 이유도 있겠지만 주변에 미용실이나 웨딩샵들이 많아 혼수 제품 장만을 위한 신혼부부들을 겨냥해 이곳에 매장들이 생겨난 것으로도 보였다.
에이스더슬립 매장을 중심으로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 까시나 등의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인피니 매장, 또 수천만대를 호가하는 스웨덴 침대 매트리스 덕시아나와 비트라 등의 매장이 줄을 이었다.
청담역으로 더 가다보면 하얀 건물의 '디자이너 이미지'라는 거대 매장이 확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가구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 및 아트북까지 파는 생활용품 편집샵으로 위용을 자랑했다.
그 옆에 자리한 웰츠도 북유럽 가구를 알리는데 적극적인 곳이었다. 건너편으로는 템퍼와 몰, 카르텔 등 트렌디한 명품 가구매장들이 들어와 있었다.
논현동과 청담동 가구거리는 수입가구 시장이 양극단을 표현하고 있었다. 내년 이케아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모두 긴장하고 국내 가구업체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청담동은 전혀 다른 동네였다.
이곳에서 만난 매장 관계자는 "이케아가 내년에 한국에 들어오면서 가구업체들이 힘들 거라고 얘기하는데, 여기서는 남의 일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고객층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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