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본회의 지각에 전원 퇴장, 이유는 '강기정'
<현장>박병석 국회부의장이 강창희 의장에게 항의 촉구
강 의장이 유감 표명했는데도 민주당은 전원 퇴장 파행
19일 시작된 박근혜정부의 첫 대정부질문은 전날 발생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과 경찰 경호원 ‘폭행 논란’으로 사실상 파행으로 치달았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대정부질문에 앞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일찌감치 강 의원 문제를 거론하며 청와대 측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과 합의하는 자리에서 이 사건을 청와대 경호원에 의한 국회의원 폭행사건으로 규정하고, 우린 이 사건을 좌시하지 않고 엄중대처해서 (청와대의)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소속 박병석 국회부의장과 전병헌 원내대표 등은 의총 도중 강창희 국회의장을 찾아가 ‘강 의원이 청와대 경호 지원요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강 의장이 직접 청와대에 공식 항의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강 의장에 대한 방문이 끝날 때까지 의총 자리를 지키며 본회의장 입장을 거부했다. 당초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국회 대정부질문도 1시간 15분께 지연됐다.
이병석 국회부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이 지연되는 사이 “국회 본회의가 제 시간에 개의되지 못하고 있다. 미리 들어온 새누리당 의원에게 양해를 구한다”면서 “민주당에서 지난번 새누리당에서 25분 늦었다고, 그 시간만큼 늦춰달라고 요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의장은 어렵사리 회의가 시작된 후에는 “본회의를 정시에 개의하는 것은 수업을 정시에 하는 것과 같다. 오늘 본회의를 지켜보는 국민과 방청석에서 기다린 국민에게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당초 예정보다 늦게 시작한 대정부질문 오전 일정은 결국 총 12명의 질의 예정자 가운데 김성태 새누리당, 원혜영 민주당 의원 단 2명의 질의를 끝으로 정회됐다.
강 의장 직접 청와대 조치 요구했지만, 끝내 대정부질문 정회
대정부질문 오후 일정도 오전과 마찬가지였다. 강 의장이 대정부질문을 속개하면서 전날 ‘폭행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청와대의 조치를 촉구했지만,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정회된 것이다.
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을 속개하면서 “어제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국회 본청 앞에서 강 의원이 청와대 경호 관계자들로부터 물리적 제재를 받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깊은 유감을 밝힌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어제 일은 물론 돌발적으로 발생했지만 어떤 경위에서든 국회 관내에서 현역 의원에게 물리적 제재를 가했다면 잘못된 일”이라며 “청와대 측은 사태의 경위를 파악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야 의원님들에게도 주의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강 의장의 입장표명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바로 이어진 최재성 민주당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
최 의원은 “강 의원이 폭력행사를 했다고 우기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청와대에서 적반하장으로 강 의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호 책임자가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국회의원에 대해 고소, 고발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가 있는가”라면서 “민의의 전당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여야 구분 없이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의원은 마이크가 꺼진 후에도 “경호 관계자를 반드시 직위 해지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매년 국회에 와서 이해를 구하겠다고 했는데, 재발방지 대책과 대통령이 본회의장 입구를 통해서 들어오는 것 등을 충분히 고민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 일부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십니까”라고 항의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새누리당은 그런 말 좀 하지 마. 창피한줄 알아야지”라고 맞대응했다.
새누리당도 즉각 대응했다. 최 의원에 이어 발언대에 오른 이우현 의원은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며 “오히려 강 의원이 직원 어깨를 잡고 구타를 했다. 지금 해당 순경은 (입술을) 열바늘을 꿰맸고, 치아도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강 의원은 지난 2010년에도 국회에서 김성회 전 의원을 폭행해서 100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면서 “이번에 이뤄진 일은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국민들에게 있어서는 안 될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지 마세요”, “현장에 없었으면 말하지 마세요”, “거짓말 하지 마” 등의 고함을 질렀다. 일부 의원들은 발언석 가까이 다가가 이 의원을 향해 손가락을 들며 삿대질을 했다.
이 의원도 “들어봐요. 좀. 서로 예의를 지키세요”라고 받아쳤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정회하세요. 정회. 새누리당은 거짓말 정당. 나가자. 나가요”라고 소리친 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뒤에도 전병헌 원내대표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향해 “아니 이런 식으로...왜 난데없이 싸고도는 건가”라고 항의를 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한 새누리당 의원은 “아, 시끄러워요. 다 나가서 하라고”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장내가 소란해지자 강 의장은 결국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 논의한 뒤 오후 2시 57분께 정회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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