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노예?' 김신욱 생사여탈 쥔 홍명보 전술
K리그 득점 1위 김신욱, 홍명보호 재발탁
장신 공격수 활용 극대화 전술 유무가 관건
'거인' 김신욱(26·울산)의 귀환은 홍명보호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까.
홍명보호 5기이자 올해 마지막 A매치인 스위스-러시아와의 2연전 출격을 위해 소집된 대표팀 멤버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김신욱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4개월 동안 8차례의 A매치를 통해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대부분의 공격수를 두루 점검했다. 그러나 홍 감독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은 선수는 없었다. 김신욱도 지난 7월 동아시안컵 당시 발탁됐지만 주로 교체 출전에 그쳤고, 이렇다 활 활약은 없었다. 김신욱에게 주어진 시간은 4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이후로는 한동안 대표팀에서 제외되는 아픔도 겪었다.
대표팀을 떠나있는 동안 절치부심했다. 김신욱은 최근 K리그 클래식 4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는 물오른 골 감각으로 현재 득점 선두(19골)를 달리고 있다. 외국인선수 포함 현재 K리그 최고의 공격수는 김신욱이다. 자신이 다시 대표팀에 발탁돼야 하는 이유를 실력으로 입증한 셈이다.
개인기록만이 아니라 내용도 더 좋아졌다.
홍명보 감독이 요구하는 눈높이에 맞춰 대표팀에 어울리는 공격수로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돋보인다. 홍 감독이 김신욱을 제외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롱볼에만 의존하는 축구'에 대한 부작용이었다. 사실 이는 김신욱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동료들과 팀 전술의 문제가 더 컸다.
그럼에도 김신욱은 스스로 더 발전하는 길을 택했다. 동아시안컵 후 소속팀에서 기록한 6골 중 4골이 머리가 아닌 발로 만들어냈다. 활동량과 수비가담이 눈에 띄게 늘었고, 미드필더와의 연계플레이와 패스능력도 훨씬 향상됐다. 원톱에게도 골 결정력뿐만 아니라 전천후 공격수에 가까운 역할을 주문하는 홍 감독 성향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이다.
대표팀의 상황도 7월과는 또 달라졌다. 동아시안컵 때까지만 해도 갓 출범한 홍명보호에서 김신욱은 검증받아야할 하나의 후보군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유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최근 국내파와 해외파 통틀어 꾸준한 활약을 나타내는 공격수가 많지 않다. 김신욱은 이번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 중 사실상 유일한 원톱형 공격수이기도 하다. 손흥민과 이근호는 측면 공격수에 가깝다. 지난 소집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지동원 역시 이번에는 2선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홍명보 감독도 이번 기회에 김신욱을 제대로 점검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교체멤버에 그친 지난 동아시안컵에 비하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전망이다.
김신욱 카드는 대표팀의 공격진 강화를 위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제 대표팀에 들어올 만한 공격수 중 홍명보호에서 아직 점검받지 않은 선수는 이동국과 박주영 정도만이 남았다. 이동국은 노장인 데다 최근에야 부상에서 회복중이다.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수 스타일과는 김신욱보다 더 거리가 멀기에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박주영은 아스날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돼 출전기회를 거의 잡지 못하고 있다. 홍 감독은 1월 이적시장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월드컵 본선을 불과 7개월 앞두고 박주영이 얼마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박주영을 전력 외로 배제하고 공격진을 구상하는 것도 이제는 염두에 두어야할 시기다. 현재로서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박주영-이동국 다음으로 대표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는 김신욱 뿐이다.
김신욱이 홍명보 감독의 공격진 구상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해도 활용가치는 높다. 2m에 육박하는 장신 공격수 카드는 어느 팀에서라도 매력적인 조건이다. 세트피스에서의 결정력이나 후반 조커용을 감안해도 월드컵에서 김신욱을 중용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문제는 김신욱에게서 '헤딩노예' 그 이상의 잠재력을 대표팀에서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과거와 같이 김신욱의 머리만 의존해 '묻지마 크로스'를 날리는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김신욱을 다시 발탁한 의미는 반감된다. 그렇다고 김신욱에게 이근호나 손흥민같은 활동량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이제껏 유지해온 대표팀의 기본적인 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선수의 장점을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전술적 유연성과 균형 감각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이번 평가전에서는 후반 교체용보다는 선발멤버로서 김신욱이 기존 대표팀 멤버들과 충분히 호흡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할 것으로 보인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