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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김주성 의존 '금단현상' 불명예 눈앞


입력 2013.11.11 09:39 수정 2013.11.12 11:0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창단 최장 9연패에 1경기 남아

김주성 부상 이탈 '치명적'

동부는 의심할 나위 없는 '김주성의 팀'이다. ⓒ 원주동부

원주 동부가 창단 최다연패 타이라는 불명예 위기에 봉착했다.

동부는 10일 원주실내체육관서 열린 'KB국민카드 2013-14 프로농구' 2라운드 KGC 인삼공사와 홈경기에서 78-81로 패했다.

전신 TG 삼보시절인 2001-02시즌 9연패 이후 지난 2012-13시즌에도 한 차례 8연패 수렁에 빠진 적이 있다. 비록 시즌은 달랐지만 당시 8연패가 지난 2월이었으니 같은 해 8연패를 두 번이나 당하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셈이다.

개막 전까지만 해도 동부는 올 시즌 강력한 다크호스로 분류됐다. 지난 시즌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사태 여파 등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김주성-이승준 등 토종선수들의 높이가 돋보인 데다 외국인선수 1순위로 KBL에서 검증된 허버트 힐을 보강했다.

신인드래프트 3순위로 두경민까지 가세했다. 내년 2월에 제대하고 팀에 합류하는 국가대표 포워드 윤호영까지 더하면 우승후보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예상과 뒤바뀐 역주행이다. 초반 3연승으로 반짝한 이후 최근 10경기에서 1승9패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김주성 의존도와 부상 악순환

동부는 의심할 나위 없는 '김주성의 팀'이다. 그만큼 팀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김주성 부상 전인 5경기에서 동부는 4승을 수확했지만, 김주성이 부상으로 흔들리면서 연패 수렁에 빠지며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연패가 길어지면서 다급해진 동부는 9일 LG전에서 무리하게 김주성을 투입했지만 또 부상으로 쓰러졌다.

LG전은 지난 10여년 김주성 의존도에 중독된 동부의 ‘금단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한판이다. 김주성은 열흘만의 출전에도 불과 13분 뛰고 10점 6리바운드 4리바운드의 맹활약을 펼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하지만 김주성이 부상으로 빠지자마자 중심을 잃은 동부는 흔들렸다.

사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동부는 '김주성 없는 농구'에 조금씩 적응해가던 단계였다. 직전 6일 KCC전에서는 비록 연장접전 끝에 패했지만 김주성 없이도 팽팽한 양상을 띠는 등 경기력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연패에 대한 지나친 부담과 조급함에 김주성 조기투입으로 인한 부상으로 팀 분위기까지 오히려 악화됐다.


애물단지 된 이승준과 허버트 힐

김주성이 중심이라면 동부 '트리플 포스트'의 좌우 축이 되어야 할 이승준과 허버트 힐의 부진도 뼈아프다. 이승준은 KBL 데뷔 초기부터 따라붙고 플레이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다는 지적은 6년차(외국인선수 시절 포함)가 된 올해도 따라붙는다.

화려한 탄력을 앞세운 고공플레이와 허를 찌르는 외곽슛 등 '기록상으로' 좋은 내용을 나타내다가도 중요한 고비마다 저지르는 실책과 부족한 수비 집중력은 이승준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태업설까지 터져 나온 허버트 힐은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원래 수비와 체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열정마저 사라진 경기력으로 일관, 동료들을 힘 빠지게 한다. 10일 안양 KGC전에서는 키스 랜들먼에 밀려 겨우 16분 소화하는데 그쳤다.

5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이충희 감독도 연이은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동부가 처한 상황은 이충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7년 당시의 오리온스와 흡사하다.

당시 오리온스와 지금의 동부 모두 PO 단골손님으로 꼽혔다. 개막 초반까지도 순항했지만 각각 김승현과 김주성이라는 간판스타가 부상으로 이탈,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에도 주전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에 시달렸고, 외국인 선수들까지 연이어 골치를 썩이는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것도 비슷하다.

당시 이충희 감독은 오리온스에서 4승22패(승률 0.154)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드는 등 끝내 지휘봉을 내려놓는 아픔을 겪었다. 현역 시절의 명성에 비하면 지도자로서 그리 성공적인 커리어를 남기지 못했던 이충희 감독으로서는 동부가 지도자 인생의 명예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충희 감독은 5년 전과 비슷한 딜레마에 놓여있다.

노장 김주성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와 주전 선수들의 과부하, 외국인 선수선발, 이승준과 두경민 활용도 등을 놓고 시즌 초반부터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오랜 공백기로 인해 현장 감각을 되찾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평가도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어쨌든 김주성 없이도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4점차 이내의 접전을 펼칠 만큼, 경기력 자체는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스몰라인업으로의 전술 변화와 세부적인 패턴 플레이에서 선수들이 조금씩 감을 찾아가고 있다. 동부의 다음 상대인 ‘디펜딩 챔피언’ 모비스(13일)다. 침체된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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