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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vs 이충희’ 농구계 속설 맞나 틀리나


입력 2013.11.10 10:15 수정 2013.11.11 09:4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스타는 명장 될 수 없다’ 속설 깬 허재·유재학·문경은

이충희 시련 복귀 후에도 계속..강동희, 최악 불명예

허재 감독(왼쪽)과 이충희 감독. ⓒ 전주 KCC / 원주 동부

선수 시절 명성과 감독 능력의 상관관계는 얼마나 존재할까.

흔히 스포츠에서는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있다. 항상 최고의 지위에만 익숙했던 스타 출신 감독은 평범한 선수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조직을 아우르는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속설이 낡은 편견이 된 지 오래다.

현재 프로농구계에 대표적인 스타 출신 지도자는 전주 KCC 허재 감독을 꼽을 수 있다. 현역 시절 '농구대통령'으로 불리던 허재 감독은 2005년 KCC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어느덧 8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장수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초기에는 최하위로 추락하는 등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KCC를 두 번이나 프로농구 정상으로 이끌며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우승을 맛보는 최초의 인물로 이름을 올렸다.

허재 감독은 '복장'으로도 유명하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 드래프트 등 소위 선수 영입 때마다 1·2순위를 도맡는 '뽑기 운'은 이미 농구계에서도 전설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단순히 선수 복에만 의지해 성적을 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신체조건에 비해 부상이 잦고 기본기가 부족하던 하승진을 조련해 국내 최고의 센터로 키워낸 것이나 강병현, 신명호, 박경상, 장민국 등 선수들의 숨겨진 잠재력을 끌어내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KBL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대표적인 스타 출신 지도자다.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했지만, 현역 시절 유재학 감독은 농구대잔치 한 경기 최다도움 기록을 경신할 만큼 국내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떨쳤다.

명석한 두뇌와 냉철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남들보다 일찍 지도자에 입문했고, 프로 최연소 감독으로 데뷔해 1999년부터 올해까지 한 번의 경질 없이 프로농구 감독직을 개근하고 있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최근에는 서울 SK 문경은 SK 감독이 새로운 스타 출신 지도자의 성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농구대잔치가 배출한 최고의 슈터이자 여성 팬들을 몰고 다니던 원조 꽃미남 스타였던 문경은 감독은 지도자 데뷔와 동시에 만년 약체이던 SK를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다승 우승으로 이끌며 화려하게 약진했다. 카리스마를 앞세우는 베테랑 지도자들과 달리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팀에 녹이는 분업농구와 소통을 중시하는 형님 리더십이 트레이드마크다.

반면 현역 시절의 명성에 비해 지도자로서는 고전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원주 동부 이충희 감독은 현역 시절 '슛도사'로 통해 허재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농구 역대 최고의 스타로 꼽혔으나 지도자로는 험난한 행보를 걸었다. 초창기 대만 프로농구와 KBL 경남 LG(현 창원)을 맡으며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이후로는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2007년 오리온스에서는 4승 22패(승률 0.154)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첫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5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올 시즌 동부에서도 최근 5연패에 그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도한 주전 의존도와 선수 장악력 부재,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의문 등은 끊임없이 이충희 감독을 괴롭히는 아킬레스건이다.

이충희 감독의 전임이던 강동희 전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강동희 전 감독은 2011-12시즌 동부의 정규리그 최다승을 이끄는 등 실적 면에서는 괜찮은 기록을 남겼으나 지난해 극심한 성적부진과 더불어 승부조작 연루 사실까지 드러나며 현역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되는 등 농구계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로 남았다.

한편 선수시절에는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으나 지도자로서 화려하게 부활한 대표적인 경우는 부산 KT 전창진 감독을 꼽을 수 있다. 전창진 감독은 고려대와 삼성을 거치며 선수로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은퇴 후에는 프런트 업무인 구단 주무를 맡는 등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코치를 거쳐 2002년부터 동부의 전신 원주 TG 삼보의 감독을 맡게 됐고 이후 3회의 프로농구 우승을 이끌며 동기인 유재학 감독과 함께 KBL을 대표하는 명장으로 거듭났다. 밑바닥의 쓴맛까지 두루 체험해본 지도자답게 다양한 선수들의 심리를 컨트롤하는 장악력과 탁월한 조직 관리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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