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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파 레전드' 주희정…장인의 AS 손길


입력 2013.11.08 08:15 수정 2013.11.08 22:5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7일 안양KGC전 5000도움 대기록 수립

이상민-김승현도 넘지 못할 불멸의 기록

97-98시즌 데뷔한 주희정이 5000도움 대기록을 수립하는데는 무려 17시즌이 걸렸다. ⓒ 서울SK

KBL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꼽히는 주희정(36·SK)이 또 하나의 대기록을 경신했다.

주희정은 7일 안양실내체육관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 안양 KGC전에서 도움 1개를 추가, 프로농구 사상 첫 대망의 5000 도움을 달성했다.

사주희정의 이날 활약이 크게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식스맨으로 나와 불과 6분52초 소화에 그쳤고, 남긴 기록도 최부경의 중거리슛으로 이어진 도움 하나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날 세운 주희정의 대기록은 KBL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서 의미를 지닌다.

97-98시즌 데뷔한 주희정이 5000도움 대기록을 수립하는데는 무려 17시즌이 걸렸다. 역대 2위가 이미 은퇴한 삼성 이상민 코치(3583개)고, 현역 중 주희정 다음으로 많은 도움을 기록한 김승현(3175개)도 격차가 큰 데다 주희정과 불과 한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 노장이다. 당분간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주희정의 기록을 넘어서는 선수가 나오기 어려울 것 같은 이유다.

주희정의 대기록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아야할 이유는 바로 한결같은 열정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주희정의 진정한 가치는 기록보다도 이제껏 그가 걸어온 선수생활 자체다. 대학을 중퇴하고 프로에 뛰었을 때만 해도 주목받지 못하던 무명에 불과했지만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이후 승승장구하며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가드로 성장했다.

주희정은 동시대를 풍미한 이상민, 김승현 같은 소위 천재형 선수들과는 거리가 멀다. 주희정이야말로 노력파 선수의 대명사와도 같다. 프로 데뷔 초기 '그저 달리기만 빠른 선수' '3점슛 없는 가드'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끊임없는 슈팅연습을 통해 공격력을 갖춘 포인트가드로 거듭났다. 그토록 오랜 시간을 뛰면서도 큰 장기부상이 거의 없었다. 결장한 정규리그 경기는 8게임에 불과하다.

주희정의 농구인생 전반기가 무명신화였다면, 후반기는 재기와 극복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09년 프로농구 MVP에 선정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주희정은 SK 이적 이후 시련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개인기록은 여전히 나쁘지 않았지만 정작 SK는 매년 저조한 팀성적에 그쳤고, 고액연봉에 따른 영양가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기도 했다.

지난 시즌부터 주희정은 김선형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식스맨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연봉도 점점 삭감됐다. 데뷔 이래 항상 주전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어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주희정은 묵묵히 팀을 위해 녹아들었다. 더 이상 주희정을 먹튀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희정은 아직 리딩과 패스능력이 미흡한 김선형의 단점을 보완하는 존재다.

주희정의 희생으로 SK는 리그에서 가장 든든한 베테랑 백업가드를 얻었고,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기록상의 공헌도는 커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벤치와 라커룸에서 항상 솔선수범하며 묵묵한 리더 역할을 하는 주희정의 존재감이 SK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전성기를 보낸 스타플레이어가 말년에 팀을 위한 조연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라고 할 만하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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