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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 불사른 안도 미키 '왜 돌 던지나'


입력 2013.11.09 11:34 수정 2014.03.05 09:2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미혼모 아픔 딛고 재기 발버둥 피겨스타

컸던 기대 뒤 실망..한국 스타일로 볼아붙이기도

‘미혼모 피겨스타' 안도 미키(26·일본)가 자국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안도는 지난 4일 일본 군마현 마에바시에서 막을 내린 동일본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05.24점을 획득, 쇼트프로그램(41.97점)과 합해 총 147.21점을 받아 2위에 올랐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 실수를 반복해 26명 가운데 13위로 처졌던 안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반전을 일으키며 상위 5명에게 주는 전 일본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이로써 안도는 연말 전 일본선수권대회를 통해 ‘2014 소치동계올림픽’ 티켓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투혼을 불사른 안도를 향한 자국 피겨계의 시선은 냉혹함 그 자체다. 일본 유력 일간지 ‘산케이 신문’은 지난달 30일 안도가 동일본선수권에 나서기도 전에 초를 쳤다. ‘산케이 신문’은 일본 피겨연맹 고바야시 강화부장의 말을 빌려 “안도의 관동 우승 때도 지켜봤지만, 올림픽대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싸늘하게 평가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안도는 관동 우승 당시 147.30점, 이번 동일본대회에서도 147.21점(2위)에 그쳤다. 대회 경쟁자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또 스텝에서 레벨 2에 머물렀고 점프는 실수를 반복했으며 프리에선 거친 숨까지 몰아쉬었다.

하지만 출산 공백 후유증을 감안했을 때 준수한 성과다. 아직 안도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기회가 남아있다. 이탈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안도는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돌입, 12월 열리는 전일본선수권에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 돌아올 것임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일본 피겨 팬들의 눈총은 따갑다.

일부 일본 피겨팬들은 “연애는 자유지만, 올림픽이라는 목표를 앞뒀다면 사생활 등을 제대로 관리했어야 했다”고 냉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피겨팬들도 “도전은 자유다. 하지만 올림픽 꿈이 좌절됐을 때 피겨연맹을 탓하지 말아라”고 목청을 높였다. 현지에서 이런 의견이 담긴 댓글은 추천수 1~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안도를 향한 자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표면적 원인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논리의 희생자다. 안도는 지난 2002년 15세 나이로 쿼드러플(4회전)을 뛰었지만, 첫 성공이 안도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성인무대 데뷔 후 단 한 번도 4회전을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2006 토리노올림픽서 4회전을 시도하다가 처참히 고꾸라졌다. 이 실수로 입상권에서 멀어진 안도는 일본에서 '미운 오리' 처지가 됐다. 설상가상 아사다 마오가 급부상하자 안도의 입지는 많이 좁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 일본 피겨 팬들이 안도를 미워하는 배경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안도는 오래 전부터 일본 스포츠팬들 사이에서 전 축구대표 나카타 히데토시, 야구 거포 마쓰이 히데키와 함께 ‘한국계’로 묶였다는 것. 실제로 안도는 체형이나 재일교포를 연상케 하는 억양, 한식 마니아, 김연아 따라하기(?) 등의 이유로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나카타는 A매치 식전행사 국가 제창에서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아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마쓰이 히데키는 자국민의 구애에도 단 한 번도 WBC 야구월드컵(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일본대표로 참가하지 않아 미운털 박힌 선수다.

투혼을 불사른 안도에게 뜨거운 박수는커녕 독설을 쏟아내고 있는 현실은, 선수의 국적을 떠나 참으로 안타깝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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