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사람들 남탓 안할때가 없다 지겹다' 소리 들을만 하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민주당의 시계는 여전히 지난 2012년 대선정국에서 멈춰있는 것 같다. 민주당 스스로는 민생과 병행한 투트랙 전략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생은 사라졌고, 오로지 정쟁만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직후 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직접 ‘패배’를 시인했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대선불복’ 움직임에도 거리를 뒀다. 정부조직법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여당과 이견을 보이기는 했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며 합의 처리에 성공했다.
‘2013년’을 잘 굴러가던 민주당의 시계는 어느 순간부터 멈춰지기 시작하더니 톱니바퀴가 되감기듯 어느 순간 지난 2012년 대선으로 돌아갔다. 본인들은 ‘대선불복’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입이 무색할 정도로 당내 곳곳에서 “총체적 부정선거”라며 대선불복을 의미하는 발언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22일 당 의원총회에서는 너도나도 앞을 다퉈 대선불복성 발언을 쏟아냈다. “유례없는 부정선거 사건(전병헌)”, “신관권부정선거(박영선)”, “총체적 부정선거(박지원)” 등 발언에 거침이 없었다.
화룡정점은 설훈 의원이었다. 그는 “대선 자체가 승복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고 방점을 찍었다. 최근에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경우에 따라서는 대선 불복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도 나섰다. 그는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깨끗하게 패배를 시인하면서 대선불복 논란을 잠재웠던 문 의원이 오히려 휘발유를 들이부은 셈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상대로 ‘대선불복’ 공방을 주고받던 민주당은 최근에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진실게임을 시작했다. 지난 대선 야권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비망록’이라는 제목으로 터뜨린 것이다.
작년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이었던 홍영표 의원은 최근 자신의 저서 ‘비망록’을 통해 안 의원이 문 의원 지원을 조건으로 ‘미래 대통령’을 언급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 측은 즉각 반발했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금태섭 기획위원은 “이 사람들은 남의 탓을 하지 않을 때가 한 번도 없구나. 이제 좀 지겹다”라고 비판했으며,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다시 책으로까지 내는 이유를 납득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망록 발표를 두고 ‘민주당의 안철수 견제가 시작됐다’ 등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결국 이번에도 민주당이 선택한 것은 ‘현재’나 ‘미래’가 아닌 ‘과거’다. 대선 정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선택했을 뿐, 정책적 비전 등 한발 앞선 소재거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쯤에서 민주당은 잠시 멈춰 선 채로 국민들을 한번 바라볼 때가 됐다. 자신들이 선택한 방법이 과연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최근 몇달동안 국정원 대선 의혹을 둘러싸고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20%에서 옴짝달싹 않고 있다. 40%를 웃돌고 있는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0·30 재보궐선거도 민심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북 포항남·울릉은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라고 하지만 경기 화성갑은 16대, 17대 총선에서 내리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곳이다. 그런 화성갑에서 36.44% 차로 패배한 것은 말 그대로 참패다. 민심이 민주당에 들을 돌린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때마침 박 대통령은 10월의 마지막 날 관권선거 파문에 대해 “그 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에게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묻겠다”며 “철저한 조사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불편부당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다.
이제는 민주당의 선택만이 남았다. 민주당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파악한 ‘국민의 뜻’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또다시 잘못된 선택지를 뽑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