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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괴물들' 류현진에 있고 푸이그에 없는 것


입력 2013.10.20 08:12 수정 2013.10.21 10:0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류현진, 자기 제어 가능한 멘탈 갖춘 ‘절제된 괴물’

푸이그, 운동능력 제어 못해..NLCS 극명 차이

자기 몸 제어 가능했던 류현진 멘탈은 푸이그의 그것과 비교할 때 이번 시리즈에서 더욱 빛났다. ⓒ 데일리안 스포츠

타석에서 터져야 할 야시엘 푸이그(22·LA다저스)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시한폭탄’ 그 자체였다.

19일(한국시각) '2013 MLB' NL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이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홈구장 부시 스타디움서의 푸이그는 마치 성난 황소 같았다. 카즈(Cards)의 붉은 천에 흥분한 투우처럼 외야에서 좀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실책성 플레이를 연발했다.

푸이그 플레이는 관중석의 야유와 일방적 응원, 그리고 도발하는 붉은 색 앞의 투우처럼 이성을 잃었다. 푸이그의 어이없는 플레이로 인해 2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다저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푸이그는 정규시즌에도 지나친 적극성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잦았던 괴물이다. 괴물의 하드웨어에 배팅 파워, 그리고 폭발적 주루 스피드 등 5툴 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춘 특급 신인이었지만 멘탈은 ‘아직’이었다.

푸이그는 사실상 시한폭탄이었다. 타석에서도 잘 터지지만 의외로 수비에서 불안했던 푸이그는 그야말로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었다. 손익계산서를 따져 보면 푸이그의 적극성 덕분에 정규시즌엔 얻은 게 많았지만 가을엔 손해가 크다.

푸이그는 절제력이 떨어지는 괴물이다. 타석에서도 초구 공략에 능한 지나친 적극성, 수비에서도 웬만한 사정권 내 타구는 일단 몸을 던지고 보는 스타일이다. 돌아가는 법도 없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할 줄도 모른다. 오로지 피지컬 정면 승부다.


‘독이 된' 푸이그 적극성

지나친 적극성이 팀을 살리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팀을 나락으로 빠뜨리기도 했다. 바로 NLCS 6차전이 바로 후자인 경우다.

3회 1사 후 다저스 선발 클레이튼 커쇼가 맷 카펜터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놓였다. 다음 타자는 카를로스 벨트란. 벨트란 타구는 중견수 쪽으로 수비 시프트를 시도한 2루수 마크 엘리스 정 위치로 빠르게 빠져 나가는 안타.

2루 주자 카펜터의 스타트는 빨랐고 지체 없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타이밍 상으로 세이프. 하지만 푸이그는 자세도 제대로 잡지 않고 홈송구를 시도했다. 이 틈을 노린 벨트란은 2루를 파고들었다. 보이지 않는 푸이그의 수비 실수다.

난조를 보인 커쇼는 추가 실점 후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셰인 로빈슨의 타구는 다시 푸이그 앞으로 굴러갔고, 푸이그는 급한 마음에 몸을 던지며 홈송구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타구는 포수 A.J. 엘리스를 훌쩍 지나 백넷으로 향했다. 다저스는 커쇼를 내세우고도 3회에만 4실점, 사실상 기선을 제압당했다.

푸이그의 뇌관은 5회에도 터졌다. 선두타자 야디어 몰리나의 우전안타성 타구를 처리하다 다시 2루까지 출루시킨 것. 집중력이 결여된 수비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실책이었다. 푸이그의 어이없는 플레이와 커쇼의 난조가 겹치면서 다저스는 0-9 대패의 수모를 당했다.

7차전 등판이 예정됐던 류현진의 첫 시즌도 푸이그의 실수가 겹치면서 거기서 끝났다.


괴물 류현진과 푸이그의 차이 '멘탈'

류현진과 푸이그, 푸이그와 류현진 모두 올 시즌 다저스를 살려낸 특급 신인들이다. 리그를 통틀어 괴물로 인정받을 정도로 강한 임팩트를 선사한 신인들이다. 하지만 둘 사이엔 엄연히 다른 하나가 있다. 바로 멘탈이다.

푸이그의 운동능력이나 하드웨어는 류현진의 그것에 비해 뛰어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뛰어난 하드웨어를 컨트롤하고 조절하는 능력에선 푸이그가 류현진에 못 미친다. 류현진이 뛰어난 운동능력을 조절하고 분산시킬 수 있는 절제된 괴물이라면, 푸이그는 운동능력의 제어가 아직은 완전치 않은 야생마다.

바로 그 차이가 이번 NLCS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절제되지 않은 적극성은 소극성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 세인트루이스와의 6차전이다. 하드웨어와 운동능력이 빼어나고 타격 능력이 뛰어났던 쿠바의 괴물 타자들이 왜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류현진에게 당했는지, 푸이그의 절제되지 못한 적극성이 답을 줬다.

푸이그는 아직 22살에 불과한 어린 괴물이다. 럭비공 같은 푸이그가 튈 방향은 어딜 지 아무도 모른다. 자기 절제력이 운동능력을 이기면 역대 최고 타자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고, 자기 제어에 실패하면 여기저기 떠도는 저니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멘탈은 기계적인 '툴(Tool)'에 앞선다. 멘탈이 갖춰지지 않은 툴은 무기가 아니라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자기 몸 제어 가능했던 류현진 멘탈은 푸이그의 그것과 비교할 때 이번 시리즈에서 더욱 빛났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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