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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 주사파들 '이석기 뇌구조' 파헤쳐봤더니


입력 2013.10.09 12:35 수정 2013.10.09 12:42        이충재 기자

시대정신 주최 토론회서 김영환 주대환 등 분석

"RO 산하조직 위에 당조직 존재할 가능성 높다"

“RO(혁명조직)가 존재한다면, 그 산하에 수많은 활동가 조직이 존재하고, 또 그 위에 RO를 지도하는 당(黨)과 같은 핵심지도조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8일 오후 서울 동교동 가톨릭회관. 1970~80년대 운동권의 대표적인 활동가들이 ‘이석기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과제를 풀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김영환, 주대환, 이광백 등 주체사상파(주사파) 출신 인사들은 ‘이석기 사건의 교훈과 한국사회의 과제’ 토론회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발자취와 속내까지 파헤쳤다.

특히 이광백 자유조선방송 대표는 이석기의 RO가 과거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과 궤를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은 1992년에 결성됐다가 1997년 해산된 지하혁명조직 민혁당의 잔류 세력이 지금까지 남아 활동해왔다는 점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그 근거로 △지도이념과 강령 동일 △조직 체계와 운영방식 유사 △조직의 주요 인물인 이석기를 포함한 과거 민혁당 당원이거나 관련자라는 점을 꼽았다.

이 대표는 “‘RO 회합’은 경기지역 RO인 셈인데, 이 조직이 민혁당 잔류세력이라면, 경기지역뿐 아니라 서울, 영남, 광주 등의 지역에도 조직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당의 주요 성원들은 RO의 핵심 간부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RO를 철저하게 수사하면 ‘당’의 윤곽을 어느 정도는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어쨌든 RO를 지도하면서 북한과 직접 연계됐을 것으로 보이는 ‘지도핵심조직’과 그 성원을 찾아내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북한과 교신 가능성에 대해선 “종북 지하당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남북 연대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라며 “이석기가 북한과 연계했을 가능성이 7~80%다. 최근 조직의 연락 업무를 띠고 방북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주요 인물의 암호 이메일을 해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통진당 종북성향 알면서도 정치적 이득에 손잡아"

그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 대해서도 “일부 진보정치세력과 야당은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그룹이 종북성향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손을 잡았다”며 “정치적 이득에 눈이 멀어 비겁하게 국민을 속이고 이석기 그룹과 연대함으로써 종북지하혁명세력의 숙주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석기 그룹이 종북지하당 세력이라는 것이 분명해졌고, 그들이 어떻게 영향력을 확대해왔는지 드러났다면, 이제 야당과 진보정치세력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석기 그룹을 포함한 종북세력과 결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1980년대 국내 최대 노동운동 단체인 인민노련의 리더였던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이석기의 심리상태’에 대해 “‘RO 회합’ 녹취록을 꼼꼼히 봤는데, 굉장히 불안한 심리, 흔들리는 마음이 느껴졌다”며 “그런 집회를 한 것은 동지들에게 동요가 있으니 긴장을 넣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대표는 이어 “이들이 모임에서 폭탄이니 총이니 발언한 것은 자기들이 혁명가로서 도망 안가고 조직에 따르겠다는 발언을 경쟁적으로 한 것”이라며 “이석기가 조직의 동요를 걱정해서 모였는데, 집회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판단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 대표는 “이석기 그룹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우호적인 토양이 조성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그들과 세계관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라며 “486세대가 야권을 놓아 주어야 한다. 486세대의 사상문화혁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대표는 “여권을 장악하고 조정하는 486세대가 이제는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길 바란다”며 “그들의 건방과 오만, 무지는 여전하다. 선배들의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의 성과나 고민의 축적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고, 북한방송만 듣던 태도가 여전한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구속 수감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지난 9월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 및 본회의에 참석해 두 손을 모은채 턱을 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종북척결' 아닌 '고사'시켜야…종북딱지 마구붙이면 오히려 반작용"

특히 운동권의 대부로 통하는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이석기 그룹에 대한 ‘고사(枯死)론’을 폈다.

김 위원은 “이석기 그룹 등 종북세력에 대한 사상투쟁을 지속해나가야 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은 한국사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종북세력에게 또 다른 자양분을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막걸리 마시고 말실수 했다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는 행태 등이 종북세력의 확산에 기여했던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어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지도부가 검거된 경우 중간이나 하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보다 밖에 자유롭게 있는 사람들의 이탈이 훨씬 많았다”며 “종북세력의 지도부와 핵심간부는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중간간부나 하부 조직원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관용적인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뚜렷한 근거 없이 정적이나 평소에 적대시했던 사회세력에게 종북세력의 딱지를 붙이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종북세력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는 종북세력을 사회각계각층으로부터 고립시켜서 격파해야 하는 기본 전략 자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교 시대정신 대표도 ‘종북척결 방법론’에 대해 “종북세력은 척결할 것이 아니라 고사시켜야 한다”며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논쟁과 토론을 통해 그들의 우매함을 지적하고, 국민들이 그들의 시대착오적인 이념의 실상을 확인하게 하면 그들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기 세력의 조직원을 철저히 색출해서 전원 엄벌하자는 것은 오히려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들은 투사요, 순교자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사상은 탄압하면 할수록 그 탄압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한다. 음지로 밀어내면 낼수록 잘 크는 곰팡이처럼.”

이 대표는 ‘통진당 해산’주장에 대해서도 “절대 해서는 안된다”며 “강제 해산은 단기적인 타격에 불과하고, 그로 인한 지지세력의 결집과 탄압에 대한 동정심으로 상쇄될 수 있다. 또 이름을 바꿔서 재창당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그들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되면, 그들이 제2의 통진당을 만들든, 내란음모를 하든 막가파나 지존파 같은 존재가 될 뿐”이라며 “그러면 조용히 고사하거나 일본의 적군파처럼 자폭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주대환 대표도 “이 사건을 계기로 (통진당과 이석기)조직이 와해될 것”이라며 “굳이 통합진보당을 해산하지 않더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90% 이상이 국민의 선택으로 낙선할 것”이라고 했다.

"RO모임에 종교인 있는지 조사해볼 필요 있다"

“이석기가 맹목적 추종을 하는 종교적으로 접근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영환 위원은 “이석기 그룹은 지난 10여년 동안 주체사상을 이념으로 접근했다기보다는 북한에서처럼 종교로 접근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로 접근했기 때문에 논리적 이해는 접어두고 맹목적 추종과 정서적 접근만 남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주체사상이 이념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체 정치이론과 정치사상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이 이런 방향에서 노력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은 민족주의를 극단적 방향으로 몰고 가 자기 세력의 기본 동력을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은 “철학적 사고능력이 있어야 이해가 가능한 주체사상과는 달리 민족주의는 매우 단순하고 친근하며 논리적 접근을 할 필요도 없이 정서적 접근만 하면 된다”며 “종북세력의 민족주의적 정서와 경향의 총량을 줄이는데 지식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교 대표도 “이들이 주체사상과 종북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 주체사상을 이념으로 접근했다기 보다 북한에서처럼 종교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쿠데타와 광주학살을 자행한 신군부에 대한 증오가 너무 큰 나머지 북한의 실상을 제쳐놓고 주체사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RO회합에 모인) 130여명 중에 혹시 종교인이 있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인간은 원래 이런거야’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중엔) 김일성의 항일 투쟁에서 (종교적) 열망을 찾고 기대하는 심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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