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역행 ‘3무 현상’…재미없는 한국야구?
최근 들어 슈퍼스타, 라이벌, 신기록 실종
미국과 일본에서는 특급 스타, 기록으로 열광
어느덧 시즌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2013 프로야구가 '3무' 현상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바로 슈퍼스타, 라이벌, 신기록의 실종이다. 하나같이 프로스포츠의 인기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들이다.
역대 한국야구에는 관중을 몰고 다니는 슈퍼스타가 늘 있었다. 뛰어난 인기와 실력, 상품성을 겸비한 슈퍼스타는 팀 간 라이벌 구도나 기록 경쟁과 맞물려 더 큰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며 야구 인기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존재감을 드러내는 슈퍼스타를 찾기 힘들다. 류현진의 미국 진출 이후 국내 무대에는 확실한 대형 에이스가 사라졌다. 한때 류현진과 함께 리그의 토종 에이스 트리오로 꼽혔던 김광현과 윤석민은 최근 예년 같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승왕 경쟁을 비롯한 프로야구 1~2선발은 거의 대부분 외국인 투수들이 장악하고 있다. 평균 1~2년 활약하다가 자리를 옮기는 '용병' 개념이 강한 외국인 선수들이 각 팀의 프랜차이즈스타가 되기는 쉽지 않다.
타자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시원치 않다. 2000년대 초반 한국야구의 홈런 열풍을 주도했던 '국민타자' 이승엽이나, 타격 7관왕에 빛나는 '조선의 4번 이대호 이후 신드롬을 일으킬만한 대형 타자는 보이지 않는다. 김태균, 박병호, 최형우, 이병규 등이 있지만 전국구 스타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비슷한 레벨의 슈퍼스타들이 없으니 라이벌 구도 또한 성립될 리가 없다. 선동열과 최동원 명품 투수전, 이승엽과 심정수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경쟁같이 팬들의 흥미를 끌만한 굵직한 라이벌은 찾기 힘들다.
야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신기록 경쟁 또한 지지부진하다. 이승엽이 올 시즌 352호로 최다홈런 신기록을 경신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기록이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에서 나란히 개인 60홈런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클레이튼 커쇼-다나카 마사히로 등 초대형 에이스들의 활약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한국야구는 올 시즌 9구단 체제와 휴식일 변수 등으로 인해 다승과 홈런 기록 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뚜껑을 열자 오히려 흐름이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즌이 어느덧 100경기를 넘긴 지금도 30홈런 이상을 돌파한 선수는 박병호가 유일하다. 스몰볼이 대세를 이루는 한국야구에서 거포의 감소와 야구스타일의 획일화가 불러온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이웃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괴물 용병으로 꼽히는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58호로 오 사다하루의 일본 기록은 물론 이승엽의 아시아최다홈런(56홈런)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투수에서는 연승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가 선발로만 25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며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야구의 매력은 단지 팀 간 대결에서 이기고 지는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수 개개인의 화려한 기량과, 라이벌의 존재, 새로운 기록을 향한 무한도전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조화를 이뤄야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 최근 야구계의 3무 현상 속에 한국야구만의 고유한 이슈가 부족하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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