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실상 북한이 참가하는 반관반민 회담은 없어”
중국이 6자회담 당사국에 제의한 ‘반관반민’(1.5트랙) 6자 회담의 개최는 북핵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는 북한 당국에 변명을 위한 '발언대'를 제공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중국은 6자회담 10주년을 앞두고 오는 18일 베이징에서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주최로 6자회담 당사국의 수석대표와 학자들이 참여하는 반관반민 회의를 열자고 지난달 말 각국에 제안한 상태다.
북한은 ‘민간’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누가 회담에 파견되든 북한 당국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게 된다. 때문에 정부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반관반민’ 회담이 자칫 잘못하면 북한 당국의 북핵과 관련된 입장을 6자 회담국들에 그대로 전달하는 자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미는 북한이 지난해 미국과의 2.29합의를 깨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까지 감행했기 때문에 2.29 합의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상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한미가 반관반민 회담에 나가게 되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지난해 북한이 2.29 합의를 깬 이후로 비핵화와 관련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제안한 반관반민 회의에 참여할 이유도 없고 실질적인 이익도 없다”면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한·미·일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반관반민 회의를 6자회담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문제는 북한에는 ‘민간’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북한이 참여하는 ‘반관반민’ 회의는 의미가 없다. 북한 당국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성토대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당국은 중국의 ‘반관반민’ 회담 제의를 한 가운데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북한의 북핵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존 6자회담의 합의사안을 북한이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6일 외교부를 방문한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약식 기자회견에서 "현재 트랙 2 차원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데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북한이 기존의 약속을 이행하는 진정한 협상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6자 회담에 앞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강조했다.
5일 방한한 러셀 차관보는 오늘까지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과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관진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의 인사들을 차례대로 만나 북한문제와 북핵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러셀 차관보에 이어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9일 한국을 방문해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북핵문제에 대한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