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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6개월]"경제민주화, 앞으로 더 큰 일"


입력 2013.08.24 10:20 수정 2013.08.26 19:45        데일리안=이강미 기자

상반기, 경제민주화 이슈로 재계 "당황·불안·긴장"

하반기, 주식회사제도의 근간 뒤흔들 상법개정안 "더 큰 일"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T빌딩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19개 경제단체의 상법 개정안 반대 관련 공동 건의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
“크게 잘못한 것도 없이 죄인으로 몰린 사람처럼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한 대기업의 고위임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간의 경제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오는 9월 국회를 주시하면서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법안들에 구체적인 시행안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오래된 용어인 ‘경제부흥’을 꺼내 든 만큼 경제활성화를 위해 매진할 것으로 기대했었다”면서 “하지만 ‘경제민주화’ 이슈들이 덮쳐 기업들이 적잖게 당황하고 불안과 긴장속에 보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 2월 이후 경제민주화는 올 상반기 경제·산업계를 뜨겁게 달군 최대 이슈였다.

실제 올 상반기 국회에 상정된 경제민주화 법안 28건 중 7건이 국회를 통과했다. 입법 완료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법안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재계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와 거래하는 행위가 총수의 사익 추구를 위한 행위로 매도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 기업들이 하도급법을 위반했을 때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줄이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 개정안도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 협의권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은 4월 국회에서 처리됐다. 남양유업 파문처럼 상반기를 휩쓴 기업 내 ‘갑을(甲乙) 관계’ 관행에 관한 비판 정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사고시 사업장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유해물질관리법 개정안과 5억원 이상의 임원보수를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 위축된 경기를 감안해 새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입법 속도를 조절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경제민주화가 다른 이슈를 모두 집어삼킨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함에 있어 당초 공약했던 것 보다는 강도나 내용에 있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독소조항이 많이 포함돼 있어 기업들의 타격이 컸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민주화 추진 과정에서 소통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추진 속도가 엄청 빨랐다”면서 “올 상반기 국회를 통과한 대부분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공청회 등 반대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 기업들이 상당한 두려움을 가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러 가지 규제완화, 부동산대책, 민생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전략, 일본의 ‘아베노믹스’처럼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는 중심적 정책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제는 하반기 국정운영 화두인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한 기업의 투자의욕 확대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이를위해 오는 28일 청와대에서 재계 총수들과 오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앞서 지난 8ㆍ15 경축사에서도 "그동안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의 틀을 구축해왔다"며 "앞으로는 경제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더욱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재계는 “오는 9월 국회가 더 국정된다”면서 과연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주주의 지배권을 뒤흔들 상법개정안을 비롯한 경제민주화관련법 시행령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산업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했다.

야당에서는 “새정부가 재벌의 엄살에 맞장구를 치면서 대선 약속인 경제민주화는 흔적조차 자취를 감췄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권에서 대기업과 그룹 총수들을 겨냥해 전방위적인 수사나 조사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기업경영을 상당히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오는 9월 국회에서 다뤄질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이 이사회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지분 중 3%만 의결권으로 인정한다는 규정을 담은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3%미만인 주주나 외구계 투기자본이 연합해 대주주에 반대되는 감사위원이 선임되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계는 이사 선임과정에 일반주주들의 의결권을 강화한 집중투표제 조항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기업의 경영권이 농락당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국부의 유출이나 기업가치의 훼손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본부장)는 “주식회사 의결권 훼손 등 현재 자본주의나 주식회사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며 “상법개정안이 통과하게 되면 오너의 경영판단에 따른 결단과 이사회 만장일치로 추진됐던 사업들에 상당한 제동이 걸리게 될 것면서 투자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을 것”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이미 30대 그룹 총수 중 3명이 구속됐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음 타자는 누구, 누구다’라는 소문이 팽배하다”면서 “기업들이 이같이 불안한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산 상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하반기 투자·고용환경’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투자를 연초 계획보다 축소하겠다는 그룹이 6개사(20%)로 집계됐다. 연초 계획 수준으로 투자하겠다는 그룹은 23개사(76.7%), 연초 계획보다 확대하겠다는 그룹은 1개사(3.3%) 뿐이었다.

이와관련,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앞으로 경제민주화가 어떻게 추진될지에 대해 더 큰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9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의 시행령 개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걱정했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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