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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하자는 민주당 "국조 무용론 자인" 딜레마


입력 2013.08.23 14:39 수정 2013.08.23 14:46        조소영 기자

일부 의원들 주장에 당지도부 "당론은 아니다" 거리두기

민주당이 국가정보원(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제(특검) 추진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강력하게 특검을 추진할 경우, 그간 진행된 국정원 국정조사가 애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되고, 그렇다고 특검을 포기한다면 ‘국정원 개혁’ 동력을 이을 파괴력 있는 한방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국정원 국조 3차 청문회를 단독으로 열긴 했지만, 사실상 1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으로 나온 2차 청문회 후 국조가 끝났다고 봤다. 이후 민주당에선 특검 추진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국조 특위위원인 박범계 의원은 19일 MBC라디오서 “‘원-판’(원세훈-김용판)을 비롯해 기존 기소 및 수사된 부분에 대해 특검을 하자는 얘기가 아닌 새롭게 등장한 의혹인 ‘김-세’(김무성-권영세)와 박원동(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에 대한 검찰수사가 매우 늦기 때문(에 특검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1일에도 CBS라디오서 “검찰이 지금 (수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으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의원도 20~21일 복수의 라디오에 출연, “특검을 도입해 미진한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조사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언급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정회가 선언 된 후 국정원 댓글 사건 당사자인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차단막 뒤로 빠져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1일 미합의 증인과 미출석 증인에 대한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과 야당의원들만 참석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다만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모두가 조심스런 분위기다. 새누리당이 특검 추진을 ‘대선불복’이라고 공격하고 있는데다 특검은 국정원 사건을 통째로 재조명하자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YTN라디오서 “일부 의원이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당의 공식입장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특검을 주장하는 민주당 인사들은 특검 범위를 ‘국조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의혹’으로 한정하려 하지만, ‘새로운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선 ‘오래된 의혹’도 조사할 수밖에 없고, 이는 바꿔 말하면 국조에서 ‘오래된 의혹’에 대한 특별한 성과가 없단 얘기가 된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 같은 시각을 우려하듯 지난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조가 미진했기 때문에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당 안팎으로 구전되는 특검 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계속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오는 23일 국정원 국조가 마무리되고, 당 차원의 장외투쟁 주목도 또한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방향의 국정원 사건 해결이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10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에 또다시 밀리는 모습이 된다.

다만 21일부터 국조특위 야당 측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야당 특위위원들과 함께 청와대 앞으로 찾아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받을 것을 촉구하고,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촛불집회도 예정돼있는 등 한동안 해당 사건에 대한 ‘불씨’는 살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또한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며 힘을 보태고 있다. 특검 추진을 위한 시간을 번 셈이다.

그러나 야당 인사들이 22일 청와대에 전한 서한 내용에 이승만 전 대통령 하야의 원인이 됐던 ‘3.15부정선거’를 지난 대선에 비유한 듯한 표현을 두고 새누리당 등이 즉시 ‘대선불복’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어 오히려 역풍의 빌미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23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특검을 두고 “검찰조사나 국조가 차이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들을 해봐야 한다”며 “국민이 봤을 때 혹시 발목잡기로 비추는 부분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상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사초유실' 등 논란되는 현안 전부 '특검'에?

한편, 민주당은 이번 특검 추진이 탄력을 받으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실사건인 일명 ‘사초유실’ 사건까지 포함시킬 모양새다.

특검 추진의 발단이었던 문재인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진행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을 당시 “지난 대선 때의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과 함께 NLL대화록 유출, 그로 인한 공작들,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는 부분에 대한 규명까지 특검을 통해 규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대변인도 22일 라디오서 “지난번 우리가 특검법안을 냈는데 그때는 김무성-권영세 대화록 사전 유출문제 및 대화록 실종부분만 특검 수사 내용에 기재됐었다. 국정원 국조서 핵심적으로 문제가 됐던 국정원 댓글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며 만약 특검이 추진될 경우, 그동안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각종 현안들이 한데 묶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 원내대표 또한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당시 이때까지 활동 중 아쉬웠던 점에 대해 “대통령기록물 열람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과정 속에서 대화록이 실종되는 돌발사태가 벌어져 스텝이 꼬인 게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되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특검이 관철된다면 전 원내대표 입장에선 만회의 기회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본래 민주당은 사초유실 사건에 대해 특검을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검찰에 이 사건을 고발했다. 민주당은 이후 이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지난달 26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NLL 정쟁 종식’을 언급하자 “회의록과 관련된 검찰 고발부터 취하하라”고 요구키도 했다.

민주당은 해당 사건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판단되자 나름대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국정원 사건의 근본적 개혁과 검찰의 공정성을 이유로 ‘현안을 싸잡는’ 특검카드를 고안한 것으로 보인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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