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국정원 국조가 낳은 '신 앙숙' '신조어'는?


입력 2013.08.22 12:28 수정 2013.08.22 12:34        김수정 기자

김진태-박영선, 김태흠-정청래 '막말논쟁' 앙숙 관계 부상

'남해박사' '원판김세' '길치' '손가시' 등 신조어도 양산

국회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오는 23일 보고서 채택만을 남겨놓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국조를 통해 등장한 ‘신(新)앙숙’과 ‘신조어’ 등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여야는 ‘국정원 개혁’을 필두로 51일간(21일 기준) 국조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진실규명’보다는 양측 간 ‘정쟁 구도 속’ 주도권 싸움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국조 내내 끊이지 않았던 ‘막말논쟁’으로 생겨난 여야 ‘신 앙숙 관계도’가 이를 방증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신 앙숙 커플’은 단연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달 25일 오후 진행된 경찰청 기관보고 당시 박 의원의 발언에서 촉발됐다.

박 의원은 이날 최현락 경찰청 수사국장의 일부 답변을 문제 삼으며 “우리가 볼 때 경찰청 수사국장은 기소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정권이면 그렇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의원이 “국조법과 국회법 등에 의하면 국회에서의 발언은 상대방에 대해 모욕이나 협박을 해선 안 된다”며 “아무리 국조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하면 대한민국의 경찰을 모욕하는 것이다. 제1야당 의원들이 맞느냐. 이러니까 막말 파동이 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 간 고성과 반말이 오가는 과정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김 의원과 내가 속한 법사)위원회의 위원장이다. 내가 모욕적이어서 못 듣겠다. 어떻게 인간이 그러느냐”고 쏘아붙이자 김 의원도 지지 않고 “왜 내 질의를 방해하느냐”고 팽팽히 맞섰다.

이때 박영선 의원이 박범계 의원을 말리며 “(김 의원을) 사람 취급을 하지 마”라며 “아니, 오죽하면 자기가 데리고 있던 검사를 공개석상에 나와서. 그런 사람이 인간이야, 인간? 나는 (김 의원을) 사람 취급 안 한 지 오래됐다”고 꼬집었다.

사진 왼쪽부터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박영선 민주당 의원,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정청래 민주당 의원.ⓒ데일리안

이후 분개한 김 의원이 수차례에 걸쳐 박 의원을 향해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끝내 관철되지 않았다.

특히 김 의원은 29일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작심한 듯 박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신상발언을 요청했지만, 신기남 특위위원장의 반대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박 의원이 나에 대해 ‘사람 취급을 안한지 오래됐다. 양의 탈을 쓰고 나와 가지고 점잖은 척’이라는 등 막말을 했다”며 “이것이 과연 동료의원에게 할 소리냐”고 박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박범계 의원이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박영선 의원이 공개적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들으라는 식으로 발언한 것이 아니라 화가 난 나를 말리고 진정시키기 위해서 그러한 얘기를 했다”며 “내가 고함을 지른 부분은 속개된 회의에서 사과를 했고,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도 말씀드렸다”고 박 의원을 감쌌으나 두 사람 간 앙금은 풀리지 못한 채 국조 내내 으르렁 거리기 일쑤였다.

또 다른 앙숙도 나타났다. 바로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과 국조특위 야당 측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다. 이들의 갈등은 이번 국조 말미에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띠었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1차 청문회에서 민주당이 제시했던 경찰청 CCTV 동영상 등을 가리켜 “민주당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즉시 “(말할 때마다 나를) 존경하지도 않으면서 자꾸 존경한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고 비꼰 뒤 “김 의원은 전문가들한테 질문할 때는 공부 좀 하고 오라.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만날 조작하고 왜곡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줄 아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발끈한 김 의원은 “국회의원에게 돼지라는 막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21일 3차 청문회 시행 여부를 두고도 격돌했다.

정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3차 청문회와 관련, “우리 나름대로 발언을 할 예정”이라며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이 불참해도 회의 자체는 정상 진행하겠다”고 야당 단독으로 시행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김 의원도 곧바로 기자들과 만나 “증인이 없는데 어떻게 출석을 하느냐”며 “증인 청문회라는 것은 증인이 1명이라도 있어야 회의가 이뤄지는 것이다. 단독으로 한다는 것은 벽에다 대고 쇼를 하는 것이다. 이는 청문회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지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정 의원의 발언을 정면 반박하는 등 양측 간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신조어'도 풍년…'원판김세' vs '길치'

한편, 이번 국조에선 여야 간 ‘신조어 경쟁’도 뜨거웠다.

민주당은 ‘남해박사’(남재준 해임, 박근혜 사과), ‘원판김세’(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등을 전면 내세워 여론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들은 국조 기간 내내 심심치 않게 해당 신조어를 사용했고,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구호로 쓰는 등 효과를 봤다.

이에 새누리당도 질세라 장외로 나선 민주당을 빗대 ‘길치(길거리 정치)’라고 맞불을 놓으며 여론을 자극했다.

아울러 국조 말미에 대두한 ‘민생’ 이슈를 잡기 위해서도 여야는 각종 신조어를 쏟아냈다.

일찌감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을지로 위원회’(을을 지키기 위한 노력)를 출범한 민주당은 최근 논란을 빚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놓고 ‘봉봉세’(봉급쟁이를 봉으로 보는 세금)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 역시 ‘손가위’(손톱 밑 가시뽑기 특별위원회)를 출범, 을지로에 맞서 본격적인 민심사냥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야 신조어 열풍을 두고 여론의 관심 끌기용 수단이 아닌 정책과 전략의 내실과 진정성이 내포돼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어 향후 여야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