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침묵하던 문재인 한마디에 김한길 입지 흔들


입력 2013.08.19 17:26 수정 2013.08.19 17:33        조소영 기자

장외투쟁 '출구전략' 모색하는 민주당에, 문재인 '특검' 던져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같은 당 문재인 의원에게 ‘당 주도권’을 뺏긴 모습이다.

김 대표가 이끌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을 위한 장외투쟁에 있어 강경기조를 강조하면서도 ‘출구전략’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지도부는 출구전략으로 국정원 국정조사 정상화, 다음으로는 국정원 개혁 및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그 다음 단계로는 박 대통령의 양자 또는 3자회담 수용 등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민주당의 요구에 묵묵부답인데다 정기국회가 기다리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장외투쟁에 반감을 가진 국민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나자 회군 명분을 ‘초심’에 맞추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근래 '데일리안'과 만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장외투쟁을 접는 시점에 대해 “국정원 국조가 마무리될 때쯤”이라고 말했다. 국조는 오는 23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문 의원의 지난 18일 발언으로 이러한 기조는 뒤틀릴 조짐이 보인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 뒤 근 한 달 간 침묵을 이어오던 문 의원은 이날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입을 열었다. 그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및 대화록 유출과 실종사건 등 근래 벌어진 모든 사건에 대한 ‘특검’을 주장했다. 여야를 통틀어 국정원 사건에 대한 특검 주장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현재 민주당 내 강경파들 사이에선 16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이 국조 증인 출석을 했지만, 증인 선서 거부 및 특별한 사안이 발견되지 않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 및 장외투쟁에 총력을 기울이자는 움직임이 있다.

특히 ‘김-세’가 어렵사리 증인으로 채택된다 하더라도 ‘원-판’과 같이 국조에서 뭔가를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강경파들 사이에선 문 의원이 제안한 ‘특검 카드’에 관심이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19일 복수의 라디오에 출연한 여야 인사들 간에도 문 의원의 특검 제안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장외투쟁 명분이 김 대표가 아닌 문 의원의 손으로 옮아갔단 말이 나오고 있다. 즉, 장외투쟁 명분이 김 대표 측이 원하던 국정원 국조 마무리가 아닌 문 의원의 국정원 특검 수용 여부가 됐단 것이다. 이는 김 대표의 리더십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 국민운동본부 천막당사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국립현충원에서 거행된 고 김대중 대통령 4주기 추도식에서 묘역에 한화분향한 뒤 추도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 당론으로 채택되기엔...

앞서 김 대표는 지난 6월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을 두고 김 대표가 이달 21일 ‘선 국정원 국조, 후 대화록 공개’ 원칙을 선언했지만, 문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화록 및 녹취자료 등을 모두 공개하자고 했다. 김 대표 입장으로는 같은 당 의원에게 뒤통수를 맞은 상황이 된 셈이다.

이후 민주당은 한동안 ‘국정원 국조’와 ‘NLL논란’을 두고 어느 것에도 초점을 맞추지 못한 채 갈팡질팡했다. 이는 대화록 실종사건이 터져 민주당은 특검, 새누리당은 검찰 조사를 주장하다 새누리당이 검찰에 단독 고발을 하고,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 세력이 수사 타깃이 된 후 문 의원이 침묵하면서 전자에 힘이 쏠리게 됐다.

이번에도 김 대표 측과 문 의원 측의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또다시 이 같은 당내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문 의원의 특검 제안이 당론으로 채택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의원들 간 이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조특위위원이자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9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문 의원의 특검 제안을 찬성했다.

그는 “특검은 문 의원과 수차례 상의했던 부분”이라며 “‘원-판’를 비롯해 기존 기소 및 수사된 부분에 대해 특검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의혹인 ‘김-세’와 박원동(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 속도가 굉장히 늦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오늘 아침 한겨레 1면 톱(기사)에 의하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으로 의심되는 수백 개의 계정을 통해 수백만 건의 선거 관련 글을 동시에 RT(리트윗)했다고 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의혹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면서 “또 대화록의 불법 유출 및 실종 건도 있는데 이는 현 정권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어 박 대통령이 임명한 채동욱 검찰총장 휘하 검찰로선 정치적 부담감이 있다”고 했다.

반면 비노(비노무현)계로 분류되는 같은 당 김영환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NLL대화록’ 공개 문제를 언급하면서 “국정원 조사에 집중했어야 할 것을 대화록 공개 문제로 가져간 것은 당 의원들 및 문 의원에게 책임이 있다”면서 “(문 의원은) 지금도 말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당 핵심인사도 ‘데일리안’과 만난 자리에서 특검 문제와 관련, “특검은 무슨 특검”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조소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