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뮤지션 '국회 정론관'서 노래 못부르는 이유가...
갑자기 마이크 소리 꺼져, 미디어 담당자 "질서유지 위해"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11일 오전 11시 최민희 민주당 의원과 낯선 3명의 남성들이 등장했다.
이들 중 한명은 어깨에 기타를 메고 브리핑 석에 등장했고, 또 다른 남성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뒤따라 들어왔다.
기자들도 잠시 그들을 응시하다 이내 자신들의 노트북에 시선을 옮길 쯤 기타를 맨 남성이 돌연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뮤지션 유니온 준비위원인 가수 정문식씨가 최 의원이 발의한 ‘음악 창작자 권리보장을 위한 저작권법,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과 관련 직접적인 발언 대신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자신이 작곡한 노래 '작은 방'을 부른 것이다.
그러나 돌연 정 씨가 노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마이크의 소리가 꺼지는 사태가 발생, 그는 노래를 그칠 수밖에 없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기자들이 즉각 정론관 뒤편에 앉아있는 기자회견장을 관리하는 국회 미디어팀 담당자에게 몰려 ‘마이크를 꺼버린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기자회견장의 질서유지를 위해 이 같이 조치했다”고 입을 뗐다.
그는 또 앞서 최 의원 측이 보내온 ‘국회기자회견장 사용신청서’를 내밀며 “보면 알겠지만 해당 뮤지션들의 발언여부에 어떠한 표시도 돼 있지 않다”며 “발언신청이 돼 있지 않은 분들이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국회기자회견장 운영지침에 따라 판단, 조치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이 분들이 미리 노래를 한다거나 발언 신청을 했으면 충분히 고려됐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절차에 따른 것이지 이들의 의사진행 방해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즉,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고성이나 시위를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배되지만 ‘노래의 경우’ 크게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선에서 사전에 통보가 있었다면 굳이 마이크를 끄는 사태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담당자의 주장이다.
마이크 꺼버린 미디어팀 담당자와 최 의원 측 비서관 간 언쟁도
반면, 미디어 팀의 이 같은 조치에 최 의원 측은 “이것이 무슨 나쁜 일이라도 되느냐”며 “아무리 그래도 발표하는 사람 마이크를 꺼버리는 경우가 어딨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심지어 최 의원 측 한 비서관은 고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그렇다고 기자들한테 (최 의원)기자회견장 사용신청서까지 복사해서 보여줄 필요가 있냐”며 미디어 관계자를 노려보며 어깨로 밀기 까지 하자 급히 최 의원 측 다른 관계자가 이를 저지하고 자리를 떠났다.
한편, 이번에 최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음악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창작자가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둬 저작권 사용료 관련 사항을 결정할 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저작권위원회 전체 위원의 10분의 3이상을 저작권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정 씨는 이 법안에 대해 “저작법권 개정안은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 결정에서 창작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이 안되는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법률안”이라며 “1차 생산자인 창작자에게 가장 작은 몫이 돌아가는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되는 첫걸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래를 불렀던 정 씨는 “사실 급한 마음에 즉흥적으로 노래까지 하면서 공연을 하게됐다”며 “다음에도 (국회의원들이)불러주시면 이 같은 퍼포먼스를 또 다시 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그러면서 “무엇보다 오늘 여기 온 취지는 제대로 된 저작권법 없이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들의 실태를 알리고 싶었다”며 “조속히 이를 시정하는 법이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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