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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뚝' 류현진, 삼중고 시달린 지옥 체험


입력 2013.04.21 18:15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노성민 객원기자

동부 원정·우천 순연·낮 경기 영향 구속 떨어져

무뎌진 직구에 변화구 위주 승부…피홈런 2개 5실점

류현진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좋은 공부를 했다.

구위가 뚝 떨어지긴 했지만 첫 장거리 원정이었다는 점에서 루키가 쉽사리 접하지 못하는 득이 되는 경험을 했다. 류현진은 21일(한국시각) 미국 볼티모어 캠든야즈 오리올파크서 열린 ‘2013 MLB' 볼티모어와의 원정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6탈삼진 5실점(5자책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5-5로 맞선 7회 마운드를 내려가 패전의 멍에는 쓰지 않았지만(No decision), 다저스는 이날도 연패 사슬을 끊지 못했다. 또한, 이날 홈런 2방 포함 5자책점을 기록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이 경기 전 2.89에서 4.01로 치솟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내용이 좋지 않은 투구를 한 셈이다

LA 다저스는 2회초까지 4점을 뽑으며 분전했지만 류현진이 이를 잘 막지 못한 데다 중간계투진이 무너지면서 5-7로 졌고,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조시 베켓이 무너져 6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날 류현진에게는 악재만 가득했다. 원래대로라면 현지 시간으로 전날 저녁 열릴 경기가 낮에 벌어지면서 투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 않아도 류현진에게 대륙을 횡단하는 동부 원정은 무거운 첫 경험이다. 류현진이 원정경기를 한 경험은 있지만 고작해야 같은 서부지구 정도였다.

스프링캠프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는 한 시간 밖에 시차가 나지 않기 때문에 투구에 큰 영향이 없다. 또 비행기로 이동하기 때문에 길어야 두 시간 정도만 움직이면 된다. 드넓은 미국 대륙으로 보자면 바로 옆 동네나 다름없다. 한국으로 따지면 대전에서 부산으로 원정 떠나는 정도다.

하지만 동부 원정은 다르다. 비행기로 이동한다고는 하지만 6~7시간을 날아서 가야만 한다. 물론 중간이 이동일이 있긴 하지만 신체에 피로를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로스앤젤레스와 3시간 시차가 난다. 장거리와 시차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류현진에게 새로운 경험일 수밖에 없고 컨디션 조절 역시 힘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 5분에 벌어진 경기였다. 로스앤젤레스라면 오전 10시 5분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평소의 류현진이라면 잠에서 깰 시간이다.

이처럼 신체리듬이 떨어진데다 낮 경기는 투수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이러한 삼중고가 있을 수밖에 없는 류현진이었기에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 축에도 끼지 못한다. 이런 영향은 결국 구위 저하로 이어졌다. 섭씨 11도의 서늘한 날씨로 투수들의 어깨가 쉽게 달궈지기 힘든 기후였기에 패스트볼 속도가 이전 같지 않았다. 최고 시속이 91마일(약 147km) 밖에 되지 않았다.

류현진이 2회말에 J.J. 하디에게 허용한 2점 홈런도 시속 87마일(약 141km)의 평범한 투심 패스트볼이었다. 이 정도 구속과 구위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얻어맞기 딱 좋다. 이날 류현진은 대부분 이처럼 평범한 투심 패스트볼에서 안타 또는 홈런을 허용했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없다보니 류현진은 슬라이더와 낙차 큰 커브, 체인지업 등 브레이킹 볼 위주로 승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잡아낸 6개의 삼진도 브레이킹 볼로 상대 타자와 수 싸움에서 이긴 경우였다.

그러나 패스트볼의 위력이 없으면 결국 브레이킹 볼의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4회말에 놀란 레이몰드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도 밋밋한 체인지업이 약간 높게 제구된 것이었다. 6회말 크리스 데이비스에게 허용한 2루타도 슬라이더가 공략당한 경우였고 스티브 피어스에게 맞은 역전 적시타 역시 체인지업에서 나왔다.

비록 연패 사슬을 끊는데 실패했지만 이제 갓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루키에게 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조차도 해내지 못했고 류현진에 이어 더블헤더 2차전에 나온 백전노장 베켓 역시 연패를 끊지 못했다. 베켓은 5⅔이닝동안 홈런 2개 포함 8개의 안타와 볼넷 3개를 허용하고 6실점, 오히려 류현진보다 성적이 나빴다.

류현진이 퀄리티 스타트를 해내지 못하고 팀의 연패를 끊어내지 못했다고 해서 기가 죽을 필요도 없다. 박찬호도 버거워했던 동부 원정이었다. 류현진이 볼티모어 원정에서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번 경험으로 동부 원정의 어려움을 느끼고 이에 대한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노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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