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2사까지 LG 타선 퍼펙트로 막으며 무실점
2010년대 활약했던 밴헤켄과 매우 흡사한 유형
앤디 밴헤켄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뛰었던 장수 외국인 투수다.
2002년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화제를 모았으나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 인해 빅리그서 살아남지 못했고 이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멕시코·대만을 거쳐 한국 무대에 입성했다.
당시만 해도 직구 구속이 시속 140km 중반에 머물렀던 밴헤켄을 주목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밴헤켄은 묵묵하게 히어로즈의 마운드를 지켰고 KBO 입단 첫해 11승 8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하며 합격점을 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속이 빠르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었다. 즉, 밴헤켄은 일명 ‘한국형 외국인 투수’였고 뛰어난 내구성과 제구력을 동반해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 됐다.
특히 2014년에는 20승 6패 평균자책점 3.51이라는 특급 성적을 찍으며 그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하며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났다. 이후 기량을 인정받아 2016년 잠깐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으나 후반기 다시 넥센으로 복귀했고 2017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밴헤켄은 매우 독특한 유형의 투수였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직구 구속에도 많은 삼진을 잡았는데 KBO리그 6시즌간 925.2이닝을 던졌고 860개의 탈삼진을 뽑아냈다. 특히 전성기였던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178개, 19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파워피처로 명성을 떨쳤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직구와 주무기인 스플리터, 커브의 투구폼이 완벽하게 똑같았던 것.
밴헤켄은 역대 최고의 외국인 좌완 투수로 불린다. 그리고 히어로즈는 밴헤켄의 성공 이후 외국인 좌완 에이스의 계보를 써나갔다. 실제로 히어로즈는 밴헤켄이 떠난 뒤 피어밴드, 요키시, 헤이수스라는 A급 좌완들이 계속해서 팀의 마운드를 지켰다.
그리고 올 시즌 밴헤켄을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투수가 입단했다. 바로 케니 로젠버그다. 로젠버그 역시 140km 빠르지 않은 직구, 간결한 투구폼, 뛰어난 제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까지 여러 면에서 밴헤켄과 닮았다.
로젠버그는 KBO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2일 삼성전에서 3이닝 8피안타 8실점으로 고전했으나 두 번째 등판인 SSG전에서 7이닝 4피안타 2실점 9탈삼진을 기록했고, 지난 3일 두산전에서는 비록 패전투수가 되었으나 6이닝 4실점(1자책)으로 제몫을 다했다.
그리고 맞이한 9일 LG전. 로젠버그는 올 시즌 가장 뜨거운 LG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우며 8이닝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고 삼진을 무려 13개나 잡아내며 ‘밴헤켄의 재림’을 알렸다.
무엇보다 LG 타선은 6회 2사까지 퍼펙트에 꽁꽁 눌렸고, 로젠버그 또한 효과적으로 투구수를 관리하며 완봉승의 페이스를 펼쳤다. 9회 연속 두 타자 안타 허용 후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나 그에게 쏟아진 것은 찬사와 박수였다.
올 시즌 키움은 외국인 선수 구성을 타자 2명, 투수 1명으로 선발했다. 당연히 선발 로테이션에 무리가 가고 로젠버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로젠버그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다. 과연 그가 밴헤켄처럼 히어로즈의 영웅으로 마운드를 지켜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