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개헌·경제·행정·사법 등 얘기로 20대와 '공감대'
'국가 비전' 설명하며 청년 호응 이끌어…"경쟁력 갖춰야"
명태균 의혹엔 정면돌파 "숨지 않겠단 마음가짐으로 정치"
"일만해서 답답할 수 있지만 선거 되면 제가 무서운 후보"
"속 시원한 정치인하고, 일 잘할 정치인은 달라요. 속 시원하게 상대방을 늘 두드려 패주는 정치인하고, 실속 있게 국민들을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정치인은 다른 거예요. 저는 우리 국민들께서 그걸 구분한다고 믿기 때문에 범생이처럼 일만 열심히 하는 정치를 하는 겁니다."
27일 저녁.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한국 정치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열린 사회과학 대학 토크콘서트에서 마이크를 잡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에는 공감의 온도가 달랐다. 150여명에 달하는 서울대 학생들은 오 시장의 강연을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귀담아 들었다. 공감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소리와, 그의 말을 모두 기록하겠다고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는 학생이 만드는 소리 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지난 2021년부터 4년 동안 서울시정을 이끌고 있는 오 시장은 자신이 추진해온 △서울런 △디딤돌 소득 △장기전세주택 등 정책을 얘기하면서도 학생들은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실제로 지루함이 느껴질 새도 없이 설득력을 가진 오 시장의 말은 청산유수와도 같이 끊임없이 학생들의 두 귀를 자극했다.
오 시장은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어지러워진 국가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20대인 학생들이 그 과정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 혁신 와중에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데 게을렀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지금 피크 코리아(Peak Korea·한국 경제 성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현상)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경쟁력이 없어졌기 때문에 더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걱정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오 시장은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자유민주주의는 상호작용을 한다. 핵심은 결국 경쟁이다. 자유가 있어서 경쟁이 가능한 것"이라며 "경쟁이 이뤄질 때 경쟁력이라는 게 생기고, 그 경쟁력 덕분에 다른 나라를 이길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이길 수 있는 다른 개인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도전이 성취를 만들고 그 성취가 쌓이는게 나라가 원하는 것"이라며 "그런 나라를 만들려면 인센티브가 작동해야 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이익이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들어오는 정부는 '서비스 정부'가 돼야 한다. 그동안 모든 것을 주도해온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뛰도록 정부는 걸림돌만 제거해 주면 되는 것"이라며 "세금 개혁을 인센티브로 잘 활용해서 기업들이 뛰게 만들 때 대한민국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오 시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책을 꺼내들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는 "유력 (대권) 주자 한 분이 뭐든지 다 공짜로 주겠다고 하고 있다. 말이 되나"라며 "무상 교육, 기본 소득, 기본 주택, 기본 금융 이게 무슨 얘기냐"라고 비꼬았다.
또 "엔비디아(NVIDIA) 같은 회사를 만들어서 버는 30%를 국민들한테 나눠주겠다는데 몇 년이나 엔비디아 하겠나"라며 "이게 얼마나 여러분들의 등골을 빼먹겠단 얘기인지 아시겠나. 이거 하려면 미래 세대의 것을 갖다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빚은 누가 갚을 건가"라고 꼬집었다.
권력구조의 개편과 관련해 오 시장은 지방분권제도와 이원집정부제의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지역 발전에 대한 모든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줘야 한다"며 "권력구조와 지방분권을 큰 틀로 개헌안의 내용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국내 기업의 주식 저평가 현상에 대해 "저는 고위 공직자로서 국내 주식을 종목별 투자를 못한다. 저는 할 수 없이 서학개미가 됐는데 작년에 미국 주식으로 재산이 본의 아니게 좀 늘었다"며 "미국 회사는 장사가 잘되면 무조건 주가가 올라가지만 한국은 장사가 잘되는 아이템이 있으면 분사를 한다. 상속세 면탈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데 회사 주가가 올라가면 상속세, 증여세가 천문학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서 주식도 오르는 게 나한테 이익이고, 또 우리 가족한테 상속해 주는 것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짜줘야 한다"며 "그러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기업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다 하게 된다. 그게 자유민주주의고 자유시장 경제 질서의 충실한 발전 번영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걸려있는 사법리스크인 '명태균 의혹'에 대해 이야기할 때 오 시장은 속 시원한 정면돌파를 택했다. 그는 "며칠 전에 제가 아주 망신살이 뻗쳤다. (명태균 사건으로) 압수수색도 당하고 그랬다"면서도 "이제 마무리하겠다는 수순이다. 전부 내가 수사를 촉구해서 벌어진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이번에 압수수색 당하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휴대폰을 다 검찰에 내줬다. 어떤 정치인이든 휴대폰 바꾸면 싹 지우고 다 버리는데, 저처럼 다 보관하고 있다가 다 가져가라는 건 제가 유일하다"며 "자신감이다. 다 갖다 뒤져봐라, 포렌식 해 봐라, 뭐가 나오나, 난 숨기지 않겠다. 그리고 법적 판단을 받아보겠다. 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정치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야가 합의해 논란이 되고 있는 2030세대가 더 내고 5060세대가 더 받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질문에 오 시장은 "최근 모수개혁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난 다음에 많은 청년들이 반대하고 몇몇 유력 대권주자들도 다시 해라는 이런 입장인데 저는 언급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급을 안 하는 이유는 연금 개혁은 한 번 하고 끝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은 한 30년 동안 한 10번 이나 연금을 개혁했다. 경제 상황이 바뀌니까 계속 수정 보완한다. 아주 성공적인 연금 개혁을 한 스웨덴 역시 제대로 된 안을 만드는 데 수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번에 모수개혁은 몇 년 만인가. 27년 만이다. 27년 만에 했는데 그거 하고 그만두겠다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그러면 일단 통과된 건 취하고 그다음에 거기에 무얼 더 부가적으로 미세하게 조정을 하는 것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 시장의 팬임을 자처한 한 학생이 '(조기대선이 열린다면) 오 시장이 꼭 대통령이 돼야 된다는 이유를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제가 조용히 일만해서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선거가 시작되면 저 같은 사람이 무서운 후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강력한 캠페인이나 공격력이 아니다.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사람 중에서 저처럼 비전체계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속 시원한 정치인과 일 잘하는 정치인은 다르다. 국민들이 그것을 구분한다고 저는 믿기 때문에 범생이처럼 정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